주교 그리고 교회의 일치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찬예배나 기타 각종 예식을 드릴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께 "우리 ( ) 대주교와 ( ) 주교와 사제들과 보제들, 교직자와 성가대 그리고 교회를 위해 수고하는 모든 사람에게 능력을 주시고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소서"라고 연도를 합니다.
교회에서 모든 예식을 집전하고 영적으로 신자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돌보는 책임을 부여받은 사목자들인 주교들, 사제들, 보제들을 위해서 우리는 간구합니다. 성직자가 신자를 사목하고 영적으로 돌보는 일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 신자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지며, 그 이후에도 영혼의 안식을 위해 추도식을 거행하면서 계속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구원 사업은 사도들을 통해 이어졌으며 주교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예루살렘의 첫 주교는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62) 사도였는데, 그는 초대교회 공동체에 필요했던 영적 보살핌을 책임졌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성 야고보 사도가 성찬예배서를 처음 제정했고, 이 예배서는 모든 정교회에서 거행되는 성찬예배의 근본을 이루고 핵심적인 내용이 인용되었습니다. 거룩한 사도들은 도시마다 새로운 교회를 설립했으며, 신품성사를 통해 지역 교회의 사목을 책임질 주교들을 배출했습니다.
성 사도 바울로와 안티오키아의 주교 성 이그나티오스와 여러 교부의 가르침과 그리고 교회의 거룩한 카논의 규정을 보면 ‘주교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형상(eikon)이다’라고 했습니다. 교회의 예배나 영적 사업은 주교의 축복으로 집행이 됩니다. 주교의 승인 없이는 감사의 성만찬과 세례성사 그리고 결혼성사를 거행되지 못합니다.
주교는 교회의 공동체를 대표하는 올바른 신앙의 보증인입니다. 교회의 중심에는 주교가 있습니다. 성 키프리아노스는 ‘주교를 따르지 않는다면 교회에 속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주교는 신품성사를 통해 자신의 교구에 합당한 성직자들을 세웁니다. 그리고 지역 성당의 주임 사제로 임명하고 각종 예식을 거행하도록 축복합니다.(사제는 혼자서 신품성사와 새로운 성당 축성식을 거행하지 못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제는 자신이 맡은 지역 성당에서 사목합니다. 물론 사제는 항상 교구장 주교에게 사목 활동 보고를 하고 수시로 소통해야 합니다. 보제는 주교를 보좌하고 사제를 돕는 위치에서 예배 집전을 보조하고 여러 임무를 수행합니다. 보제는 혼자서 성찬예배를 집전할 수 없습니다.
성 이그나티오스는 현악기의 줄이 몸통에 묶여 있는 것처럼 주교와 사제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저서에 남겼습니다.(Efes. IV, 1, BEP, B', p.265 참조) 또한 "주교가 알지 못하게 비밀리에 교회에서 행동하는 사람은 악마를 숭배하는 것이다."(Smyrna. IX, 1, BEP, B' p.281) "주교의 승인 없이는 세례성사를 거행하거나 성찬예배를 집전할 수 없다."(Smyrna. VIII, 2, BEP, B ', p.281)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속한 정교회는 진실한 교회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 갔을 때, 방문한 정교회 성당이 과연 참된 정교회인지, 성찬예배는 왜곡 없이 거행되는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성령의 빛을 받아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교부들로부터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교회가 인정한 공식적인 성찬예배란 (참된 정교회)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인 면에서 같아 보이거나 똑같은 성찬예배서를 사용한다고 해서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그나티오스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정교회의 참된 성찬예배란 주교와 소속된 교구의 주교로부터 예배 집전을 위임받은 사제가 감사의 성만찬을 거행할 때입니다. 주교는 그리스도의 임재(그리스도의 나타나심)를 증거합니다. 왜냐하면 사도들과 사슬처럼 묶여 이어져 온 사도 전승을 통해서 그리스도로부터 사도를 통해 주교에게로, 그리고 주교에서 사제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감사의 성만찬을 거행하는 사제는 지역 교회를 관할하는 주교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아 자격을 갖추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모든 정교회 성당에서 성찬예배가 거행될 때에는 우선 관할 교구의 주교를 위해서 호명 기도를 하고, 주교의 서명이 들어간 안디민숀을 제단에 깔고 성찬예배를 거행하는데, 이것은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의 권위 안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집전자는 "주여, 우리 ( ) 대주교와 ( ) 주교를 먼저 생각하시고..."라고 관할 주교의 이름을 넣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유념해야 할 것은 성찬예배를 집전하는 사제는 자신에게 사제 서품을 준 주교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교구의 주교 이름을 넣어 기도해야 합니다.
만약 주교가 외국을 방문해 성찬예배를 집전한다면 그 나라 교구의 대주교와 주교 그리고 총대주교의 이름을 넣어서 기도해야 합니다.('정교회의 믿음, 예배 그리고 삶', 1994년 아테네 출판)
형제자매 여러분, 이 강론을 통해서 이제 관할 지역의 사목을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주교와 사제 그리고 보제를 위해서 기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여러분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성직자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는 예절을 지키고 성직자들의 지도에 자발적으로 순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직자에게 순종해야 함을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따르고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쉬지 않고 여러분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장차 하느님께 자기가 한 일을 낱낱이 아뢰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괴로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일이 여러분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히브리 13,17)
그리고 두 번째로 교인들이 가질 의무는 우리 교회의 가르침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교구에 속하지 않은 다른 지역이나 혹은 외국에 가서 성찬예배를 참례하게 될 경우에는 그곳 관할 지역의 주교가 인정한 사제가 집전하는 예배인지, 또 교회법에 어긋나지 않게 거행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지역의 주교가 축복하지 않은 사제가 거행하는 성찬예배는 교회법에 어긋나며 집전 사제는 파문당할 사유가 됩니다.
이렇게 엄격한 교회법이 유지됨으로써 하나인 정교회가 분열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신자도 그 지역에서 인정된 정교회가 어느 곳인지 알아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혹시 낯선 사제가 방문하여 성찬예배를 집전한다면 그 지역의 주교로부터 축복을 받았는지 관심을 두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제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성찬예배에 참례하지 말아야 하며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성직자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우리 정교회의 일치를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지켜나가도록 노력합시다. 이것은 우리의 영적인 소득을 위해서이고 주님과 합일되기 위해서 그리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