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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특별 기고] 8월 15일, 성모 안식 축일을 맞아

Ἡ Κοίμησις τῆς Ὑπεραγίας Θεοτόκου

 

 

우리의 세속적 삶을 떠나며

(소티리오스 대주교)


지극히 거룩하신 테오토코스 성모 마리아는 정교회 예배에서 가장 한가운데에 계십니다. 교회는 지속해서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 중보를 요청하며, 믿음 있는 신자들에게 겸손과 거룩함의 모범이시며, 자신의 아들이자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믿음과 헌신을 바치신 본보기로 소개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항상 거룩하신 어머니께서는 우리에게 지상으로부터 하늘나라로 떠나가는 것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테오토코스의 안식 축일 조과에서 읽는 시낙사리온에 따르면, 항상 거룩하신 성모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살고 계셨는데, 어느 날 하늘나라에서 보낸 메시지를 받습니다. 3일 후에,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신 그녀의 아들이 영원한 삶을 함께 살기 위해 그녀를 데리러 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테오토코스께서는 자신의 아들이자 하느님을 만날 것을 소망하며, 전부터 하던 대로 기도하러 올리브 산에 올라가셨습니다.(이곳은 그녀의 아들이 잡혀 죄수가 되어 골고타로 끌려가기 전에 기도했던 장소입니다)

 

얼마 동안 기도를 드린 후, 성모님은 집으로 가서 보통 우리가 멀리 길을 떠나기 전에 하는 것처럼 그렇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성모님이 친척들과 이웃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자 그들은 슬퍼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그들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지켜주겠다고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옷가지들을 오랜 기간 돌봐 주던 두 명의 가난한 과부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간혹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저는 다음 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테오토코스께서는 자신의 경우로서 이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가장 먼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성스러운 세례와 교회 성사 생활에 주기적으로 참례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실은 오순절에 무릎 꿇고 드리는 세 번째 기도에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종에게는 죽음이 없습니다, 오 주여, 우리가 이 몸에서 더 나아가 당신께로 갈 때, 가장 큰 슬픔이 가장 큰 축복과 달콤함과 기쁨으로 변화함만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바울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또 그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필립비 1,23) 신실한 그리스도인은 영혼이 몸을 떠날 때, 자신이 모르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사랑했고 한평생 그리스도에게 봉사한 의로운 사람들이 그리스도 옆에서 쉬고 있는 곳으로 가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생 동안 옆에서 함께 한 우리들의 수호천사가 우리들의 영혼을 받아 하늘나라로 인도하면, 우리는 그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의 승리자들과 기쁨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사도 성 바울로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I고린토 2,9) 

 

하늘나라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곳입니다!

 

그러므로 신실한 신자들은 세속적 삶을 떠나는 이러한 여정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믿음 있는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말씀에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내가 있는 곳에 함께 있게 하여 주시고 … 나에게 주신 그 영광을 그들도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4)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주님과 영원히 함께 있기를 바라시기 때문에,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형은 우리들을 죽음과 저승에서 해방시켰으며, 주님과 영원히 기쁘게 교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정교회의 지체로서, 회개하는 삶을 살고, 모두를 용서하고, 주님의 신성한 몸과 피를 성찬을 통해 경건하게 받으며 살아간 후에, 우리는 그리스도께로 자연스럽게 떠나갑니다! 성 포르피리오스께서는 죽음은 어느 방의 방문을 열고 옆방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테오토코스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시면서 하신 준비과정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항을 기억합시다:

 

첫째, 성모님께서 올리브 산에 올라가 열심히 기도드렸던 것처럼, 우리들도 계속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둘째, 테오토코스께서 마지막 날까지 선행을 베푸셨으니, 우리 또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제공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자선은 기도하는 신자들에게 날개를 달아 하느님의 왕좌로 곧바로 날아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다음과 같은 주님의 경고에 따라서, 하늘나라로의 부름에 언제나 준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늘 준비하고 있어라.”(마태오 24,44)

 

사랑 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 전적으로 기뻐하면서 (그들에겐 하느님인듯 여겨지던) 예수님 어머니의 안식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그리스도인들은 제정신들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은, 어느 여인이 자신이 장차 죽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손님들에게 다과를 제공하면서 "이것은 '기쁨을 위하여!'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놀랄 것입니다. 성모님은 슬픔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그리스도를 향해 떠나게 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은 광기 같은 것이라고, 성 포르피리오스는 자주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광기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기쁨과 행복의 광기인데, 이 기쁨과 행복은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고, 교회의 신랑이 되는, 영적으로 하나가 되는 데서 오는 그런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