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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십자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지주

"유혹을 물리치고 나약한 믿음에 힘을 주는 것이 십자가이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지주

[9월 14일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아]


9월 14일은 우리 교회가 뜻깊게 기념하는 십자가 현양 축일이다. 이날은 유다인들이 그리스도를 달아매고 못 박은 십자가를 콘스탄디노스 대제의 모후 성 엘레니가 찾아내어 그 고귀함을 드높인 날이다.
본래 십자가는 중범죄자를 처형하는 흉측한 형틀이었다. 이 형틀이 주님께서 달리심으로써 세상 구원의 상징이 되었고 교회의 고귀한 표상이 되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 주님의 십자가에 모든 구원의 의미와 능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십자가와 연관된 날들을 뜻깊게 보내고 있다.
십자가 현양 축일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날인 성 대 금요일과 같이 경건하게 보낸다. 이날, 전 신자들은 주님의 큰 구원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동시에 주님의 고통을 슬퍼하며 엄격한 금식으로 영적 승화를 기한다.

십자가의 사건과 그 능력에 대해서는 구약성서에서 이미 이야기해 주고 있다. 거기에는 그리스도의 생애가 상징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유다인들의 여러 사건과 생활에서도 그리스도의 생애와 업적과 축복이 예시되어 있다.
유다인들이 홍해를 건넌 사건 하나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것은 그리스도 구원의 예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이집트의 노예 생활을 하던 유다인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쳤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유다인들을 거느리고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가라고 하셨다.


이집트인들은 유다인들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노예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도망치는 유다인들을 추격하였다.
유다인들은 진퇴양난이었다. 앞에는 홍해가 가로막고 있고 뒤에서는 이집트 군인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모세를 원망했다.
그러나 모세는 결코 실망하지 않고 하느님께 의지했다. 그때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하느님의 능력으로 죽음의 위기를 넘게 해 주셨다. 그의 지팡이로 바다 위를 십자형으로 가르고 유다인들을 건너게 하라고 하셨다. 이렇게 하여 모세는 유다인들을 노예의 사슬에서 해방시키고 구원의 길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였다.


이 사건에서 모세의 지팡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예시해 준 것이다. 장차 주님의 십자가가 사람을 악마의 노예에서, 죄의 사슬에서 해방시켜 줄 것임을 미리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파라오의 군인들에게 잡혀 죽게 될 위험에서, 또 홍해가 가로막고 있는 절망에서 모세의 지팡이가 유다인들을 보호하고 진로를 열어 준 것처럼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파멸과 죽음에서 구원을 주고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게 하여줌을 나타내 주었다.
유다인들은 이집트의 군인들이 바로 뒤에까지 추격하여 왔을 때 이전의 노예 생활에서 뛰쳐나온 것을 후회하며 모세를 원망하였다.

이것으로 악마의 유혹이 얼마나 집요한 것인가를 예고해 준 것이다. 그 예고대로 그리스도의 배반자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은 얼마나 험난한가. 그래서 많은 사람은 사탄의 유혹에 빠져 그리스도의 길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유혹을 꺾는 힘이 십자가의 힘이다. 이 나약한 믿음에 힘을 주는 것이 십자가이다. 교회의 한 성가 구절은 이렇게 읊는다.
“주여, 당신은 마귀와 대적해 싸울 무기로 당신의 십자가를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마귀는 그 십자가 앞에서 떨고 힘을 잃었나이다.”


이러한 십자가이기 때문에 우리는 십자가의 표시를 애용하여 우리의 목에 걸고 그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며, 모든 기도에서 십자성호를 그으며, 그 능력에 의지하고 모든 사악한 생각과 유혹을 십자가의 표시로 쫓아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