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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오 5,14)

"우리는 항상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쉼 없이 예수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오 5,14)

(소티리오스 대주교)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빛이십니다. 하지만 주님의 빛은 주님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빛이 아닙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은 요한복음 저자는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요한 1,9)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태양의 광선이 비치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밝은 광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정의의 태양’(성탄절 찬양송 참조)이라고 하는데, 이 활기 넘치는 주님의 광선을 받기 원하는 사람에게 영적으로 빛을 비춰줍니다.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교회는 사순절 기간에 거행되는 미리 축성된 성찬예배에서 새 신자를 받아들이는 의식을 고대의 전례 형식 그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우선 예비 신자로서 정기적으로 교리 공부를 합니다. 주교는 사순절 중반쯤에 부활절을 맞아 세례를 받을 자격이 되는 합당한 예비 신자를 선별합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거룩한 세례를 받기 위한 예비 교인 형제자매들'의 자격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교회는 특별히 거룩한 세례를 받기 위한 예비 교인들의 구원을 위한 기도를 드립니다. "주여, 당신의 종들인 세례 예비자들을 굽어보시어 이제까지의 미신과 원수의 간계에서 저들을 구하소서. 그들의 영혼과 육신을 밝히시고..."(미리 축성된 성찬예배서에서 발췌)

 

교회에서 광명(Fotisma)이란 단어는 거룩한 세례를 의미하는데, 세례성사의 연도에서 사용합니다. "오늘 거룩한 광명을 받는 이를 위해서 그리고 그의 구원을 위해 기도드립시다."(각종 예식서 141쪽) 계속해서 "지금 세례를 받는 이들로 하여금 불멸하는 나라에 합당한 자가 되게 하소서.", "그가 광명의 자녀요 영원한 재산의 상속자로 인정받게 하소서."라고 기도드립니다.

 

세례를 받고 나면 ‘세례자’ 혹은 ‘새로운 광명자’라고 부릅니다. 세례자가 물에서 나와 세례복으로 갈아입을 때 이런 성가를 부릅니다. "광명을 겉옷처럼 두르시는 하느님, 지극히 자비하신 그리스도여, 나에게 광명의 옷 입혀 주소서"(순교 사제 성 도로테오스의 6오디 첫 번째 카논)

세례성사에 이어 거행되는 견진성사에서 사제는 세례자를 위해 기도를 올립니다. "주는 거룩한 물로 부당한 우리에게 복된 정화를 내리시고, 생명을 주시는 도유로 우리에게 신적인 성화를 베푸셨나이다. 또한 주는 이 시간에도 주의 종으로 하여금 물과 성령으로 광명을 받아 다시 나게 하시고..."(각종 예식서 149쪽)

이제 세례자는 거룩한 세례성사를 통해 빛의 근원이신 그리스도와 합일이 되었으며, 당연히 빛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오 5,14)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는 거룩한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한 거룩한 광명으로 신자가 빛의 자녀 즉, 왕국의 상속자가 되는 영예를 주십니다. 이런 사실은 사도 바울로가 에페소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확신 시켜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전에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주님을 믿고 빛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에페소 5,8)

그리고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필립비 2,15~16)라고 했습니다. 한 성가 작가가 “오! 교회의 빛나는 자녀들이여!”(오순절 애니 성가에서 발췌)라고 신자를 부르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곁으로 부르시고, 빛을 주시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나는 진심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실제로 주님께서는 당신의 빛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고, 그 이후로도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주님께서는 교회 안에서 우리와 끊임없이 소통하여 당신의 빛을 받을 수 있도록 붙잡아 주십니다. 빛의 근원은 주님이십니다! 주님과 함께 소통한다면 우리도 빛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과 소통을 멈춘다면 우리는 어둠에 빠지게 됩니다. 

주님과 우리 사이를 발전기와 전등의 관계로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등은 발전기에 연결될 때 켜집니다. 만약 전기선이 끊어졌다면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신자는 항상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어야 함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가까울수록 신자의 삶은 주님의 뜻에 더 부합하게 되며, 그리스도를 더 사랑할수록 더욱더 밝아지는 것입니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끊임없이 태양을 향해 방향을 바꾸는 해바라기처럼 우리의 마음도 끊임없이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쉼 없이 예수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이 그리스도를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거하심에 기뻐하시기를 바랍니다. 성 그레고리오스 신학자는 말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빛에서 태어난 것처럼 우리의 모든 존재가 신성한 빛이 되게 하십시오.”(거룩한 빛에 관한 말씀 ΕΠΕ 5,74) 그리하여 주님께서 “그때에 의인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이다.”(마태오 13,43)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빛은 우리가 영원한 고향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 영혼에서 계속해서 빛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신성한 빛으로 우리 영혼의 등잔불을 켜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이 불빛을 켜져 있는 상태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