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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의 유일한 간청은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입니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찬예배에서 뿐만 아니라 각종 예식에서 우리가 하느님께 자주 청원드리는 기도가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입니다.

성찬예배나 성사들, 만과, 조과 등 여러 예배에서 집전자가 "주님께 기도드립시다."라고 하면, 우리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응답합니다. 예배 내용에 따라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한 번이나 세 번 혹은 열두 번 심지어 사십 번을 연속으로 하기도 합니다.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비'라는 단어를 동사로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이웃이 고통을 겪거나, 부족함을 호소할 때 그들에 대한 동정심을 의미하며, 이런 느낌은 우리가 고통받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움직이도록 동기 부여를 합니다. 

자비는 거룩한 복음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간구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겸손하게 주님께 요청해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자비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선하시고 자애로우신 하느님께서 가장 유익한 방법으로 응답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겸손하게 간청드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가 공동으로 드리는 예배에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수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팔레스타인 곳곳을 다니실 때 만났던 맹인과 나병 환자와 장애인 등 수많은 병자가 주님께 간곡히 외쳤던 말을 기억해 봅시다. 그들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짧게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주님께 호소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셔서 고쳐주셨습니다.(마태오 15,22-28; 마태오 17,15-18; 마르코 10,47-52; 루가 17,13-14 참조)

그러므로 우리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건성으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뜨거운 마음으로 간청한다면 거대한 능력이 임할 것입니다.

 

또한 성당에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성찬예배는 집전자인 사제나 혹은 주교가 홀로 거행할 수 없습니다. 신자들도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성찬예배를 그저 관람하는 게 아닙니다. 성찬예배를 ‘리뚜르기아’라고 하는데 ‘행하다’라는 ‘에르고(ergo)’와 군중이라는 ‘라오스(laos)’의 합성어입니다. 따라서 성찬예배는 주교와 신부와 보제가 신자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당에 들어온 신자는 성찬예배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집전자가 연도를 마무리하면 신자는 ‘아멘’이라고 끝을 맺습니다. 사제가 ‘모든 이에게 평화’라고 축복하면 ‘또한 사제에게도’라고 응답합니다. 예를 들어 집전자가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내리시고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소서"라고 연도하는 것은 신자에게 하느님의 평화가 임하시고, 영혼의 구원이 있기를 함께 기도하자고 권고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신자는 하느님께 드리는 이 연도에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응답하며 사제의 권고에 호응하는 것입니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의 의미는 '주여, 당신의 자비와 은혜로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고 우리 영혼을 구원해 주소서'라는 뜻으로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연도에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응답합니다. 따라서 성가대뿐만 아니라 신자 모두가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함께 응답해야 합니다.

이렇게 신자는 실제로 공동 예배에 참례함으로써 영적으로 유익을 받습니다. 우리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그저 습관처럼 응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교회는 성서에 나오듯이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간청하여 기적을 받은 이야기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 간단한 기도는 공동체 예배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드리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교부들이 교회 초기부터 짧은 예수 기도를 드린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의 유일한 간청은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입니다. 이 기도는 정교회 수도자들이 끊임없이 마음으로 드리고 있습니다. 이는 사도 바울로가 권고한 "늘 기도하십시오"(데살로니카 전 5,17)라는 말씀을 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은 수도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 대해 따뜻한 사랑을 갖고 그분을 생각과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 하며 그분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모든 경건한 그리스도인에게도 적용됩니다.

성 포르​​피리오스 수도자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할 때, 천천히, 겸손하게, 신성한 사랑과 갈망 그리고 온 마음으로 부드럽게 말하십시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 자주 핑계를 댑니다. 그러나 주님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우리 마음에 주님의 현존을 느낌으로서 자주 주님과 대화하기를 갈망한다면 이 짧은 기도가 문제점의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할애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간이 없다면 2분 정도라도 충분합니다. 이 기도는 말하면서 할 수도 있지만, 마음속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중 어떤 시간이라도 어떤 순간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 있더라고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이 기도를 올리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삶이 더욱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이 기도를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합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특별히 어려운 시간이 닥칠 때, 우리 주님을 향한 믿음과 따뜻한 사랑으로 이 기도를 올립시다. 우리 삶에서 놀라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