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의 성가를 들으면 성모 마리아는 하늘, 불, 계단 등으로 비유됩니다. 이 비유들은 단순한 문학적인 표현들인가요, 아니면 그 속에 더욱 깊은 뜻이 숨어 있나요?
구약 성서에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시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에 대한 예시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정교회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의 속성과 그녀의 임무를 예시하는 구약 성서의 사건들을 성가의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예시의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천국 (에덴동산) : 하느님께서는 에덴동산 가운데에 생명 나무를 심으셨으며, 그 생명 나무의 열매를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도록 하셨습니다.(창세기 2,9)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는 성모 마리아의 태 속에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심으셨으며',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 하느님의 성막 : 모세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지은 성막, 즉 만남의 장막 안에 하느님이 나타나곤 하셨습니다.(출애굽기 40,34)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의 몸 안에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머무셨습니다.
- 성전 :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에 지은 성전은 하느님이 머무시는 처소였습니다.(역대기 하 5,14~6,2) 성모 마리아 또한 자신의 몸 안에 하느님을 모시는 영광을 누렸으므로 성전이라고도 불립니다.
- 단지 :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와 함께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40년 동안을 광야에서 헤맸는데 하느님께서는 그 기간에 매일 '만나'라고 하는 맛있는 음식을 하늘에서 내려 주셨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보여 주신 기적을 후세 사람들에게 증거하기 위해 이 만나를 단지에 넣어 보관하게 했습니다.(출애굽기 16,33) '만나'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을 상징하며, 만나가 담겨 있던 "단지"는 그리스도를 몸 안에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를 상징합니다.
- 금 제단 : 모세는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순금 제단을 만들어 만남의 장막 속에 비치했고, 후에 솔로몬 왕은 이 제단을 예루살렘에 지은 성전 안에 놓았습니다. 제단 위에는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떡(빵)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성모 마리아 또한 '생명의 떡(빵)'이신 그리스도를 자신의 몸 안에 담고 있었으므로 제단이라고 불립니다.
- 불 기둥과 구름 기둥 :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막을 걷고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주야로 행군할 수 있도록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리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출애굽기 13,21) 성모 마리아 또한 자신의 빛나는 모범으로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보여 주시며, 중보를 통해 우리를 온갖 악으로부터 덮어 주시고 보호해 주십니다.
- 층계와 다리 : 야곱은 꿈속에서 땅에서 하늘에 닿는 층계가 있고 그 층계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창세기 28,16)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성모 마리아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오셨으므로 성모 마리아는 '층계'라고 불리며, 또한 우리가 죽은 후 이 세상에서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다리'이기도 합니다.
- 타지 않는 떨기 : 모세는 호렙산에서 떨기에서 불꽃이 이는데도 떨기가 타지 않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출애굽기 3,2) 성모 마리아는 불이신 하느님을 몸속에 잉태하셨음에도 하느님의 불에 몸이 타지 않았기 때문에 '타지 않는 떨기'라고도 불립니다.
- 나무 지팡이 : 아론은 다른 이스라엘 가문들의 대표들과 함께 자신의 지팡이를 만남의 장막 안 증거궤 앞에 놓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아론의 지팡이에는 싹이 돋고 꽃이 피었으며 감 복숭아 열매가 익어 있었습니다.(민수기 17,23) 성모 마리아 또한 동정녀였음에도 성령을 받아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열매'를 맺었으므로 '나무 지팡이'라고 불립니다.
이 외에도 구약 성서에는 성모 마리아를 예시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영원히 동정녀이며 오직 예수만을 출산할 것임을 상징하는 '잠긴 문'(에제키엘 44,1~2), '양털 뭉치'(판관기 6,36~37)가 그 예입니다.
이 모든 예시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이시자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인류의 구원 사업에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 정교회는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고 존경하면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