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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회개

 

 

회개

(소티리오스 대주교)


“우리의 앞으로의 생활을 회개하는 가운데 평화롭게 지내게 하소서.”

 

우리가 성찬예배와 각종 예식에서 하느님께 가장 많이 드리는 기도는 회개하고 우리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우리 정교회는 성서에 있는 주기도문을 모범으로 삼아서, 회개와 죄에 대한 용서의 내용을 기도문으로 정해 놓고 공동 예배에서 기도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마태오 12)라는 기도의 의미는 우리가 저지른 죄들의 빚을 하느님께서 탕감해 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개와 죄의 용서를 구하는 기도는 성당에서 매일 드리는 예식을 통해서 적어도 하루에 네 번 정도 낭독되는 시편51편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매일 예식에서 드리는 연도에서도 나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앞으로의 생활을 회개하는 가운데 평화롭게 지내게 하소서"·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용서하시고 사하여 주소서. " 그리고 이와 비슷한 기도문구가 또 있습니다. 요즘 지내고 있는 뜨리오디온 기간에 부르는 다음과 같은 성가는 우리의 영혼이 간절하게 간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뜨리오디온 기간 주일 조과에서 시편51을 읽고 부르는 성가입니다. "생명을 베푸시는 이여, 회개의 문을 여소서. "

 

그렇다면 우리는 자주 주님께 우리에게 회개를 할 수 있도록 은사를 달라고 요청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교인도 있습니다. 어떤 교인들은 회개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유익한 점들을 모른 채 회개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슬퍼하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회개라니! 내가 살아오면서 저지른 온갖 더러운 일들을 기억해야 하다니! 이런 일들을 회개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영적 아버지 앞에서 말로 고백해야 하다니! 부끄러워서 어떻게 신부님 앞에 있을 수가 있을까! 그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올까!’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자들은 회개와 고백성사를 절대로 부끄러워하면 안 됩니다. 죄를 짓는 사람은 죄를 짓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죄로부터 깨끗해진 사람이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회개를 하고 고백성사를 하면 그 사람은 기뻐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러운 죄로부터 깨끗해졌고, 그동안 고통을 준 영혼의 병으로부터 치유를 받았기 때문에 깨끗한 양심을 지니고, 하느님을 쳐다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성인이신 뽀르피리오스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고백성사라는 이 신비의 성사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주신 사랑의 선물입니다. 회개와 고백성사라는 완전한 방법을 통해서 사람들은 악에서 벗어납니다. 고백성사를 받고 나면 우리는 하느님과 화해하게 된 것을 느낍니다. 기쁨이 우리를 사로잡고, 죄의식은 사라집니다. 정교회 안에는 막다른 골목이 없습니다. 용서해주는 은총을 지닌 고백사제가 있기 때문입니다."(향기로운 삶과 말씀, 325쪽)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말씀을 다시 짧게 요약해 보면 ‘저는 죄인입니다. 나약한 자입니다. 회개합니다. 자애로우신 하느님이신 아버지에게로 피신합니다. 오늘 복음경의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처럼, 고백성사를 합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만끽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에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개를 통해서 죄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이렇게 간단하다면 죄로 인해서 고통받으면서 회개하지 않고 무거운 죄들을 그대로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거룩한 교부들의 가르침에 의하면, 회개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유롭게 스스로 원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은총의 작용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혼자서 회개로 나아갈 수는 없습니다. 주님의 다음의 말씀은 이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요한 15,5) 그러므로 이 너무나 위대하고 훌륭한 회개를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이 은총은 우리를 깨우고, 죄에 빠진 우리의 안타까운 상태를 의식하게 해서 우리가 회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 줍니다. 그 이유는 사도 바울로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필립비, 2,13)

 

이제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 안으로 들어오시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그 조건이란, 겸손과,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기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시기에 인간이 자유의지로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기도할 때뿐만 아니라 공동 예배에서 우리는 자주 주님께 회개를 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기를 간구하도록 합시다. "우리가 고통도 부끄러움도 없이 평안히 신자답게 생을 마치어, 그리스도의 두려운 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하소서". 그리고 "하늘의 임금이시요, (중간생략) 주는 선하시고 인자하시나니 회개하고 고백하는 우리를 받아주소서.(사순절 조과 178쪽)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위의 두 가지 기도에 함축된 매우 중요한 의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고백성사를 하기 위해 영적 아버지에게 갈 필요를 느낄 때에만 나타나는 것이 회개는 아닙니다. 매일 매순간 죄를 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죄의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회개하는 생활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회개는 우리를 치료해 주는 약처럼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의 영혼이 멀어지는 것인, 즉, 영적인 장애 혹은 영적인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줍니다.

 

그러면 이제 회개와 고백성사로 준비된 그리스도인의 영혼에게는 최고의 일이면서, 하느님께서 무료로 주시는 최고의 선물을 받아서 누립니다. 이것은 바로 "기쁨과 건강과 환희가 되게 하소서", " 죄의 사함과 영생이 되게 하소서"라고 간구하면서 받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인 성체성혈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의 예식에서 특히 성찬예배 때 회개와 죄의 용서를 받기 위한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반드시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기도들이 하늘로 올라갈 때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도 깊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애로우신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가 항상 회개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그리고 계속해서 주님의 축복과 평화를 이 지상에서 그리고 영원히 만끽하도록 우리에게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