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나이다." (2편)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나이다." (2편)

(소티리오스 대주교)


예루살렘 성전에서 거룩한 아기를 안게 된 의인 시메온은 깨달음을 받은 영혼으로서 위대한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의 위대한 신성함을 다음과 같이 찬양했습니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나이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나이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되나이다."(루가 2,29-32)

 

우리는 지난 주의 강론에서 시메온의 기도문에 포함된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보았습니다.

이어서 세 번째 개념을 살펴본다면, 인간의 영혼은 일시적인 세계에서 영원한 천상의 세계로 평화롭게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인 시메온은 구세주 그리스도를 만나보고 난 후에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사명이 완성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지상에서 하늘로, 부패하는 곳에서 썩지 않는 곳으로, 영원한 곳으로 갈 시기를 맞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이 소망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된다는 것은 그리스어로 ‘풀린다’는 의미를 가진 동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영혼은 육체를 떠나서 감각의 세계에서 영의 세계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을 떠나기 때문에, 죽는 것을 우리 자신 스스로가 서두르지 말고 주님께서 우리를 다음 세상으로 부르실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시메온은 주님께 자신이 이제 그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시메온은 주님의 종이 언제 세상을 떠날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그 종의 주님이신 하느님께서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시메온은 구세주를 뵐 수 있기에 합당한 자가 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그분께 마음을 열었습니다. 노년기에 이르른 그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을 성취했기 때문에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 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는 이 생에서 더 이상 원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는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 그분과 함께 소통하는 사람은 누구나 시메온이 느낀 것을 똑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죽으며 영혼과 육체가 분리될 때 어떠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주님의 말씀은, 이렇게 준비된 사람을 더욱더 굳건하게 해 줍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명의 세계로 들어섰다."(요한복음 5,24)

그리고 사도 바울로도 의인 시메온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필립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적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필립비서 1,23)

 

이제 현대의 성인이신 깝소칼리비아의 뽀르피리오스 성인께서 어떻게 죽음을 생각하고 설명해 주었는지를 한번 기억해봅시다. 성인께서 중병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병 때문에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나는 전적으로 내 자신을 맡겼지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로 가는 거니까요. 나는 그리스도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는 사랑의 기쁨을 간직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또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죽는다는 것, 즉 또 다른 삶으로 건너 간다는 것은 옆 동네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죽음을 맞이한 분은 훌륭하신 성인들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보통의 평범한 교인들이 이와 같이 죽음에 대해서 비슷한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일시적인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봅니다. 

 

어떤 사람이 곧 임종을 앞두고 있는 평소에 잘 알던 한 여인을 문병했습니다. 임종을 앞둔 그 여인은 문병 온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돌보던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니 오신 손님에게 맛있는 걸 대접해 주세요" 여인을 문병한 그 사람은 "아니, 기쁜 날이라고 하니 당신은 아픈 것이 호전되었습니까? 아니면 건강에 대해서 기적 같은 좋은 소식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여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세상을 떠나게 되어서 기뻐요! 저는 이제 주님께로 갑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여인의 눈빛은 진정으로 기쁨에 빛났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죽음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심리적으로 당황해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그분의 뜻에 따라서 살지 않고, 그리스도와 맞서고 싶어했으며, 그리스도에게서 단절된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끔찍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회개하고, 성당에서 예배드리고, 성체성혈을 모시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우선,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시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 많이 사랑하도록 노력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죽음도, 아니 죽음보다 더한 어떠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요한 1서 4,18)

그리고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의인 시메온처럼 평화로와지고 많은 성인들처럼 행복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살려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