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나이다." (3편)
(소티리오스 대주교)
의인 시메온은 신성한 아기 구세주 그리스도를 품에 안고 다음과 같이 예언하면서 하느님께 온전하게 찬양을 드렸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루가 2,30~32)
예전에 이사야 예언자가 말했듯이, (이사야 예언서 49,6참조) 성령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의인 시메온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있는 모든 민족의 빛이시고 구원자이심을 예언했습니다.
이러한 예언을 한 의인 시메온 덕분으로 그 시대에 살던 유대인들만이 지녔던 독점적이고 선민적 사상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오직 자기 민족의 구원을 위한 구세주만을 원했습니다. 시메온이 했던 이교도 민족들에 대한 구원의 예언을 만일 유대인들이 그 자리에서 들었다면 시메온은 위험에 빠졌을 수도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의인 시메온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자신들과는 반대되는 그러한 사상들이 위험하다고 보고 그가 예언하는 것 자체를 방해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정교회 교인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입니다. 그리스도를 자신의 민족과 국가에만 속하게 하도록 제한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선교 사업이 자국의 국경을 넘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의 선교를 위해서 어떤 종류의 도움을 요청하면, «우리 나라가 더욱더 선교가 필요합니다. 우리 지역에도 이렇게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교회가 설립되던 초대교회 때부터 있었다면 세상에 사는 사람 중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옛 조상들은 대부분 이교도들이었습니다! 거룩한 사도들이 이스라엘 민족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면 사도들은 그들의 나라 밖으로 나가서 복음을 전파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 결과로 팔레스타인 지역 경계선 안에서만 교회가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우리 모두를, 모든 민족을 영적 가족으로 하나 되게 하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 당시 민족들이 이교도의 그늘에 있었을 때, 그리스도께서는 그 어둠을 사라지게 하시려고 ‘세상의 빛’으로(요한 8,12)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태양이 아닌 또 다른 태양으로서 빛을 비추셔서 온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계명을 내리셨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코 16,15) 그리고 거룩한 사도들은 그들이 직면한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동서남북으로 다니며 이 기쁜 구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거룩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우리 교회는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사업이 중요하다고 깨달은 성직자와 교인들을 통해 계속해서 복음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선교사업을 돕기 위해 열렬히 기도를 드리고, 능력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선교활동을 돕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불행히도 이교도들은 사도 시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실제로는 수없이 많습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처음으로 그리스도에 대해 들었고, 그리스도를 믿었고, 세례를 받아 유일하고 참된 삼위일체 하느님을 찬양하게 될 수 있도록 해 주신 교회의 선교사들에게 감동과 기쁨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먼 길을 걸어서, 혹은 교통편을 이용해서 가까운 정교회를 찾아가서 교리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고 가슴 설레면서 성찬예배에 참석하는 수많은 교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먼 길을 찾아서 정교회의 성찬예배에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서 그들이 사는 지역에도 하느님께서는 정교회 성당을 세우실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설명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의 선교와 여러 이단에서 사용하는 교활한 방식으로 개종을 시키는 것과를 혼동합니다. 교활한 방식으로 개종을 시키는 행위란 유대인들이 주님을 재판에 넘겨서 사형선고를 받게 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상대방을 여러가지 교활한 방법으로 속여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정교회에서는 교활한 방법을 써서 선교하지 않습니다. 만일 이렇게 선교를 한다면 그것은 단죄 받을 일입니다.
정교회의 선교는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각자의 자유를 존중해줍니다. 진실한 복음이 전해지고, 어떤 사람이 자유롭게 정교인이 되고 싶다고 고백하면, 그를 위해 교리공부를 시작하고, 충분히 교리공부가 되고, 진정으로 믿는다는 것이 인정되면, 그때 세례성사를 베풀고 교회의 일원이 되게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이와 같은 과정을 지키게 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르코 8,34) 그리스도께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지금까지의 강론에서 의인 시메온이 예언한 대로 우리의 주님은 모든 민족을 비추는 빛이시며 모든 민족의 구세주이심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은 구원 사업을 함께 하기 위해, 주님의 구원이라는 복음메시지를 받아들이고 깨달은 사람들을 원하셨습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닙니다. 전지 전능하신 주님은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가 영예를 받게 하기 위해서 "하느님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일꾼들"(고린토 전 3,9)이 되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이 영예를 받아들이고, 우리 각자가 빛나는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정교회 선교를 지지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빛을 전하고, 빛을 비추는 주님의 말씀으로 믿음의 빛을 전해줌으로써, 그들이 구세주 그리스도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