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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오늘의 축일

[2월 1일] 성 트리폰 순교자

Ὁ Άγιος Τρύφων ο Μάρτυρας

 

성 트리폰 순교자(2월 1일)


염소를 돌보던 소년

성인은 프리지아(Phrygia)의 람프사쿠스(Lampsacus)에서 태어났다. 단순하면서 훌륭한 삶을 살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성인은 어릴 때부터 성서의 덕을 몸에 익히는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염소를 돌보는 겸손한 목동인 성인에게는 병을 고치고 악령을 내 쫓는 능력이 하느님으로부터 임하였다.

당시 고르디안(Gordian, 238-44) 황제의 딸은 오래도록 악령에 사로잡혀 고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악령이 이렇게 소리쳤다. ‘트리폰 만이 나를 내어 쫓을 수 있다.’

황제는 즉시 사람들을 보내어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이 소년을 찾아냈다. 로마로 이끌려 온 성인은 곧 기도를 통해 악령을 몰아냈다. 황제는 감사의 표시로 여러 가지 선물을 성인에게 주었고, 성인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모든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기쁨’의 순교자가 되다

250년경 조용히 본래의 하던 일(염소를 돌보는 일)로 돌아와 일하던 성인에게 이윽고 데시우스(Decius) 황제의 박해가 닥쳤다. 성인은 그리스도교의 전파자로서 제국의 동쪽을 책임지던 장관(Prefect) 아킬리누스에게 고발당하였다. 자신을 잡으러 온 군인들 앞에 순순히 나타난 성인은 니케아(Nicaea)의 법정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목과 손에 칼(죄수의 몸을 붙들어 매는 형구)이 씌워진 성인은 목검으로 세 시간 동안이나 얻어맞았다. 이런 고문에도 불구하고 성인에게 별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자, 고문하는 이들은 아킬리누스가 타는 말에 성인을 붙들어 맨 다음, 도시 외곽의 돌밭 길을 맨몸인 채로 이끌려 달리게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성인의 발에 못을 박아 광장으로 질질 끌고 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은 횃불에 그을렸지만, 성인은 이 모든 것을 기쁨으로 견디면서 오히려 고문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으로써 젊은 순교자가 겪던 이런 고통은 곧 천상의 기쁨(트리폰[Tryphon]이라는 이름은 ‘트리피’[τρυφή], 곧 ‘기쁨’[delight]이라는 말에서 비롯된다.)으로 변화되었고 모여있던 군중들의 존경을 자아냈다. 갑자기 하늘로부터 보석으로 장식된 화관이 내려와 성인의 머리에 쓰였다. 그리고 성인은 안식하였다.

니케아의 그리스도인들이 성인의 유해를 그곳에 매장하려 하였지만, 성인이 환영 중에 나타나 자신이 묻힐 곳은 자신의 고향이라고 알려줌에 따라 람프사쿠스에 매장되었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성인의 성해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성인에게는 특별히 정원(庭園)과 경작지 등이 메뚜기나 뱀 따위의 파충류, 작은 해충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원을 많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