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십자가
(소티리오스 대주교)
거룩한 십자가는 사랑과 희생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에는 부활의 의미가 반영되어 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정교회 예배에서 독특하면서도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미술, 건축, 성화, 시, 음악에 영향을 미친 상징물입니다.
아주 오랜 전부터 장엄한 성당들은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졌습니다. 성당의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세워졌습니다. 성상대와 공동 예배에 사용되는 모든 것에는 십자가 장식이 있습니다. 예배 집전자가 교인들을 축복하기 위해 쓰이는 십자가는 정교하게 예술적으로 장식되어 거룩한 제단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십자가는 물을 거룩하게 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새로 세례를 받은 교인의 목에는 십자가를 걸어줍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새롭게 세례받은 교인이 평생에 걸친 영적 투쟁에서 힘을 내도록 그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빈 무덤을 상징하는 거룩한 제단 뒤에는 커다란 성 십자가가 서 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스스로를 희생한 것을 상징해서 나타내기 위해 제단 뒤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는 일찍부터 주교나 사제가 손으로 십자가 모양으로 그으면서 신자들에게 축복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사제는 성찬예배를 시작할 때 제단 위에 놓인 거룩한 복음경으로 십자가 성호를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나라가 이제와 항상 또 영원히 있나이다"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모든 신자는 오른손의 세 손가락을 (성삼위를 의미함) 한 데 모아 이마에서 시작하여 가슴으로, 오른쪽 그리고 왼쪽 어깨로 몸에 십자가의 모양을 만들며 손으로 순서대로 긋습니다. 우리는 거룩한 성전에 들어갈 때 십자가 성호를 긋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때에서도 성호를 긋습니다. 거룩한 성화들에 입을 맞출 때, 각종 예식들이 시작하고 끝날 때, 소입당(복음경을 들고 나오실 때)과 대입당(성작을 들고 나오실 때)이 있을 때, 성경을 읽기 전과 후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언급될 때마다, 그리고 특히 성체성혈을 받기 전과 받은 후에 성호를 긋습니다.
예배 집전자가 향을 치며 우리에게 분향을 할 때는 십자가를 성호를 긋지 않고 단지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한다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성찬예배가 끝나서 사제로부터 안디도로를 받을 때는 그 앞에서 십자가 성호를 긋지 않고 손에 입을 맞춥니다. 또한 주교나 사제에게 축복을 받을 때에는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 그 손에 입을 맞춥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당 밖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십자가 성호를 우리 자신 스스로 혼자 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십자가 성호를 긋습니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성호를 긋습니다. 식사 기도를 하기 전과 후에도 성호를 긋습니다. 아침에 직장에 가기 위해서 집을 나설 때, 자동차 운전을 시작할 때, 하느님께서 사고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시길 바라면서 성호를 긋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아주 크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거나, 하느님께 바라는 바를 가지고 청원을 드릴 때, 우리가 십자가 성호를 그으면 우리의 기도는 더 분명하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영혼이 함께하는 기도에 우리의 육체도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 성호를 긋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건하고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것은 성호가 우리의 기도들 중에서 마치 짧게 드리는 기도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찬양할 때도, 그리고 어떤 때는 우리의 잘못과 죄를 용서해 달라고 청원할 때도, 혹은 우리의 일이 잘 되도록, 그리고 영적 혹은 육체적으로 오는 위험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간청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고민하는 일들에 우리가 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축복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청할 때도 우리는 성호를 긋습니다.
교회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믿음을 지니고 십자가 성호를 그은 그리스도교 신자는 평범한 교인이라할지라도 십자가 성호로 말미암아 많은 기적을 체험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놀라운 사건들이었습니다. 어느 한 그리스도 교인이 독약을 마시게 되었는데, 십자가 성호를 긋고 주님의 힘을 요청하는 기도를 드리자 독약을 마셨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기적은 주님께서 성서에서 말씀하고 계신 대로 “뱀을 쥐거나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을 것이며 또 병자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코 16장 18절)라고 하신 말씀이 실제로 일어난 것입니다.
또한 십자가 성호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려는 사탄이 도망치게 만듭니다. 이것도 주님께서 “내 이름으로 마귀도 쫓아내고 ” (마르코 16장 17절)라고 하신 말씀대로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이런 성가를 부릅니다. "주님, 당신이 우리에게 악마에 대항하는 무기로서 당신의 십자가를 주셨으니, 악마는 십자가의 힘을 견딜 수 없기에 울부짖으며 떨고 있나이다." (주일 에니성가 중).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악마의 직접적인 공격과 계략으로부터 오는 모든 공격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역경들을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주님은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또한 교부들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십자가는 우리를 거룩하게 성화시키는 힘의 근원이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신앙을 지탱해 주고, 신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병든 환자들에게는 건강을 주며,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사고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공격하는 많은 악행들을 무력화시킵니다.
교회가 거룩한 십자가를 경배하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십자가는 온 세상의 수호자이며, 구원의 항구이고,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사다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십자가는 수많은 것들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십자가로 인해서 기적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믿음으로 날마다 모든 위험들을 이겨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기 위해서 주님의 거룩한 십자가로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