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순교한 정교회 신자들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정교회 신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1900년 6월 11일, 의화단의 난(외세 배척 운동)을 일으킨 세력들의 온갖 회유와 고문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의 믿음을 지키면서 죽어간 순교자들입니다.
그 당시 중국에는 수 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교나 도교, 유교를 믿었으며, 정교회 신자는 아주 극소수인 천여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러시아에서 파견된 선교사 이노켄디오스 수사 신부와 러시아인 협력자 몇 명 그리고 세례를 받은 중국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수는 적었지만 아주 잘 조직된 단체였으며, 북경에 성당과 선교관, 도서관과 인쇄소 등을 갖추고 서로 영적으로 격려하면서 또 선교와 자선 활동을 수행하면서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훌륭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황제 디오클리티아노스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와 견줄 수 있는 끔찍한 박해의 날인 1900년 6월 11일이 다가왔습니다. 그날 박해자들은 중국 사회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순한 양과 같은 정교인들에게도 무차별적인 박해를 감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정교회 성당을 대포로 쏴 부서뜨렸으며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귀중한 서적들을 불태웠고 인쇄소뿐만 아니라 선교관과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을 파괴했습니다. 그들의 만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먼저 교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인 테오파니스 체 신부를 체포한 후 온갖 고문을 가하면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거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목자를 치면 양 떼가 흩어질 것”(마태오 26, 31)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신부의 8살 난 아들도 같이 잡혀 사지가 잘리는 모진 고문을 당하였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지킨 채 숨을 거두었습니다.
한편 교리 교사인 바울로 방, 이기아 벤 역시 혁명가들의 고문과 뭇매질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면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을 고백하면서 순교를 당했습니다. 무자비하게 감행된 박해로 400명의 정교인들이 고백자와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중국 땅에 뿌려진 정교회 씨앗에서 거두어진 첫 열매로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