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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마음을 아는 자

 

마음을 아는 자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찬예배 전날에 드리는 영성체를 준비하는 일곱 번째 기도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도가 있습니다: “주님은 제가 저지른 무수히 많은 악한 행동들을 알고 계시고, 또한 주님은 저의 상처를 알고 계시고, 그리고 저의 멍자국도 보고 계십니다. 그러나 또한 주님은 저의 믿음을 알고 계시며, 저의 의지를 보고 계시고, 저의 한숨 소리를 들으십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것도 저의 하느님이시고, 저의 창조주이시며, 저의 구원자이신 주님을 벗어날 수 없으며 눈물 한 방울까지도 그 눈물의 작은 방울조차도 주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속 깊이 보신다는 믿음은 성경의 여러 부분에서 그리고 우리 정교회 예배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예레미아 선지자는 오직 하느님께서만 사람의 마음을 알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예레미아 17:10).

- 시편의 저자는 고백합니다: 정의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마음과 정신을 살피십니다(시편 7:9).

- 예루살렘의 사도 회의에서 성 베드로가,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것처럼 믿음이 없던 자들도 구원하신다는 것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사도행전 15:8).

- 사도들과 첫번째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를 대신할 새로운 사도를 선출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할 때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아시는 주님, 주님께서 이 두 사람 중 누구를 뽑으셨는지 알려 주십시오. 유다는 사도직을 버리고 제 갈 곳으로 갔습니다.”(사도행전 1:24-25).

- 우리 교회에서는 “마음을 아는 자”라는 용어는 기도와 일상에서 드리는 기도에 포함된 성가에서 사용합니다. 한가지 예로 석후대과에서 “당신은 마음을 다 헤아리시니, 우리 영혼을 구원해주시옵소서” (“전능하신 주님…” 이후의 기도에서)라고 기도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들보다 더 우리 마음의 깊은 속을 잘 알고 계십니다. 이러한 예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경에 있는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야곱의 우물 근처에 앉아서 여행의 피로에 지쳐 쉬고 계셨다고 전합니다. 제자들은 도시에 먹을 것을 구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나타나 우물에서 물을 받아가려 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녀와 이어지는 대화에서 그녀가 하고 있는 부정한 생활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신 것을 일부러 드러내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그녀를 비난하거나 모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께서 구원자이심을 보이심으로써, 그녀를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도와주려고 그렇게 하셨던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구원을 얻었을 뿐 아니라(그녀는 사도 대등자로서 성 포티니로도 알려져 있다), 그녀의 형제와, 그녀의 아이들, 그리고 많은 이들을 또한 구원에 이르도록 했습니다(요한 4:6부터 참조).

 

주님께서는 베짜타의 중풍병자에게도 비슷하게 하셨습니다. 중풍병자가 치유 받았을 때에는 많은 이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그가 이전에 살아온 죄 많은 인생에 대해서는 일절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죄에 물들어 있던 자를 더이상 죄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싶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중에 완치된 중풍병자를 만나셨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 지금은 네 병이 말끔히 나았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더욱 흉한 일이 너에게 생길지도 모른다” (요한 5:14). 성스러운 교부들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더욱 흉한 일”은 육신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마비된 영적 상태에 관한 것을 가리킨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영원한 영혼의 상태에 관한 것이지 물질적 상태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주님께서는 우리의 영적 상태를 개선하고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수도 없이 많이 주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회개의 삶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때,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암울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심판의 날에 우리가 고백하지 않아서 용서받지 못한 모든 죄들이 모든 이들(사람들과 천사들) 앞에서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순간이 오면 회개하지 않은 자들이 맞게 될 결과는 비극적이고 영원할 것입니다. 이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고, 가장 고통스러운 병도 이와 같은 비극적인 결과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잠들지 않는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주시하시며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것을 항상 깨어 생각하고 있을 때만, 그 어떤 해로운 것이나 불결한 것도 우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이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모든 덕으로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일어날 그 어떤 일에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십니다. 우리 마음속의 주님을 향한 사랑을 보시며, 우리의 영적 고뇌와, 주님의 뜻에 따라 살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저런 죄에 빠질 때, 주님께서는 우리의 약함을 이해하시고 우리에게 평안을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다시 두 발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우리 스스로 계속 마음을 정화해 가서, 우리 주님께서 보시고, 우리 안에 기쁘게 머무실 수 있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