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금식의 능력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사람은 아무 때고 하느님의 사랑 앞에 그들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털어놓고 하느님으로부터 그 문제 해결의 능력과 방법을 기다린다.
기도와 함께 필요한 것이 금식이다. 이 금식을 성 대 바실리오스께서는 가장 오래된 하느님의 법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이 명령은 율법 이전에 인간 시조에게 내려진 명령이기 때문에 인류와 함께 생긴 법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도와 금식은 믿는 사람의 강력한 무기이다.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아이를 괴롭힌 악령을 더러운 악령이라고 하셨는데, 이러한 악령은 기도와 금식이 아니면 아무것으로도 쫓아버릴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셨다.
주님과 악령이 든 아이 아버지의 대화는 대단히 비극적이고도 간절하였다. 아이 아버지는 울며, ”주님, 제 믿음이 부족하다면 도와 주십시오“라고 하는 말로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의 자신의 정신적인 고뇌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 “기도와 금식”(마르코 9,29)은 사순대재 중에 있는 우리에게 대단히 적절한 말씀이다. 금식은 기도와 함께 사순절과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금식에 대한 세상 사람들과 타종교인들은 잘못 인식하고 있다. 금식은 단순히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배고픔을 느끼기까지 절제하는 것이다. 음식은 사람의 생명을 지탱해 준다. 그리고 배고프다는 것은 사람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음식에 의지하게 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음식은 그 자체에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생명의 원천이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신자는 금식을 하면서 하느님이 생명의 원천이시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사탄은 이러한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도록 유혹하며 음식 자체가 생명의 원천인 것처럼 하느님의 위치에 대치해 놓고 그것을 신격화하다시피 한다.
그리스도인이 금식을 행할 때 그는 광야에서 금식하시고 시장하심을 느끼신 `그리스도를 닮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때 사탄에게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라고 하시며 유혹을 이겨 내셨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도 금식을 통해 사탄의 유혹을 이기고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금식은 또한 하느님께 바치는 하나의 육적인 희행이다. 이 희생에는 열렬한 기도가 따르는 영적 동참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영적 힘은 아무리 악랄한 사탄이라 할지라도 이기지 못한다.
이 힘, 즉 금식과 기도의 힘으로 그리스도인은 유혹을 이겨내고 영성체에서 그리고 주님의 부활과 구원에서 그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