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붓
화가는 높다랗게 설치된 발판 위에 올라서서 성당의 돔에 성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그린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눈을 성화에서 떼지 못한 채 천천히 뒷걸음질 쳐 뒤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뒤로 가면서도 그림을 바라보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자기가 발판의 끝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한 걸음만 뒤로 가면 추락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발판의 반대쪽에서 작업하고 있던 그의 제자가 스승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자는 갑자기 들고 있던 붓을 스승이 바라보고 있던 그림 위로 힘껏 던졌습니다. 격분한 화가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멋진 작품을 망쳐 놓은 제자를 탓했습니다. 하지만 제자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발판의 끝을 가리켰습니다. 사정을 깨달은 화가는 감격하여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제자를 껴안았습니다.
때때로 하느님께서는 영적인 벼랑과 영원한 죽음에서 구해 주시기 위해 우리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게 하십니다. 이때, 우리는 분노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자가 붓을 던져 스승의 목숨을 구했듯이 그 슬픈 일은 우리를 위험에서 구해 주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일부러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