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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영광스러운 승천의 날 승천을 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중대한 약속을 하셨습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오 28,20) 오늘 축일 콘타키온의 내용에도 주님께서 하신 이 말씀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주는 구원의 사업을 완성하심으로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이으셨나이다. (중간생략)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노라."

 

인간의 논리로는 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눈앞에서 지상을 떠나셔서 곧 하늘 깊숙한 곳으로 올라가시면서 완전히 그 모습이 사라지셨고, 그러고 나서 주님께서 이 세상에 현존하시지 않는 가운데 제자들은 지상에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주님께서 항상 그들과 함께 계신다고 말하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예수님을 인성을 지닌 인간으로만 보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의아심을 품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인성을 지니셨을 뿐만 아니라 신성을 지니신 하느님 즉, 신성과 인성을 가지신 분임을(신인으로) 믿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의심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어디에나 현존하시며 온갖 것을 채워 주시는 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기도문 중에서) 그리고 시편 113장 11절에 보면 «하늘과 땅에 계신 하느님» “Our God who is in heaven and on earth” (Psalms 113:11)이라고 적혀 있습니다.(우리나라 성경에는 이 구절이 없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하느님으로서 어디에나 현존하시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당신의 신자들과 특별한 관계에 있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오 18,20). 따라서 신자들이 함께 모여 주님께 공동으로 예배 드릴 때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 가운데 함께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적절하게 응답해 주십니다. 물론 전지전능하시고 자애로우신 주님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각 사람에게 가까이로 오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그분의 현존을 기적적인 방법으로 우리 가운데서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그 현존은 감사의 성만찬에서 실현됩니다. 

 

우리 모두는 빵과 포도주를 그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신 후 제자들에게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알고 있습니다. "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가 22:19). 그 이후로 이 예식은 거룩한 사도들이 행했고 계속해서 그들의 후계자인 주교와 사제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성찬예배 때마다 행해왔으며 앞으로도 또한 계속해서 행해질 것입니다. 신자들이 경건하게 준비한 봉헌물을 집전자는 성 제단에 봉헌합니다. 그리고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로 변화하도록 성령의 강림이 내려지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그리스도께서 직접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다시 말하자면 부활 후에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것처럼 성찬예배 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생생하게 나타나십니다. 이 놀라운 사건으로 우리의 머리는 혼란스럽습니다! 협소한 인간의 이성 능력으로는 주님의 나타나심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신자들에게 값을 잴 수 없을 정도로 큰 영예를 주시는 겁니다!

 

성찬예배를 드릴 때 거룩한 제단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감탄하면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신 주님을 거룩한 제단 위에서 볼 때, 당신은 주님을 인간 가운데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하늘로 올라 갔다고 생각하고, 순수한 영혼과 마음으로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라봅니다. 오! 이것은 얼마나 큰 기적입니까! 오! 하느님의 자애로우심은 얼마나 큽니까! 성찬예배 집전자는 그 순간 하늘에 아버지와 함께 앉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두 손으로 잡고 있으며 주님을 믿음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주님을 열렬히 마음속에 모시고자 하는 자들에게 성체성혈을 전해주고자 합니다. (참고 로고스 Γ' 성직에 관해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PG, τ. 48).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기도문이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성찬예배서에 있습니다. «주여, 당신은 형용할 수 없고, 무한하고, 보이지 않으시며, 영원하신 분이기에, 당신을 찬송하며, 당신께 감사드리며, 당신의 권세가 미치는 모든 곳에서 당신을 경배함이 마땅하나이다.»(삼성송 전 봉헌기도문에서)

 

성찬예배 때 신자들의 삶에 있어서 신성과 인성을 지니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은 현실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기 마음이 그리스도에 대한 강한 믿음과 따뜻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면, 주님의 살아있는 현존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교회 신자는 성찬예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와 함께 있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위해서 기도하셨습니다. 이 기도에서 다음과 같은 소망을 강렬하게 나타내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내가 있는 곳에 함께 있게 하여주시고" (요한복음17:24).

 

그러면 우리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왜 그토록 우리가 그분 가까이에 있기를 원하실까요? 그것은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성 크리스소스토모스께서 하신 말씀인데, 그리스도께서 우리 각자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되어있습니다.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당신에게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친구입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 필요하든 간에, 당신을 섬길 수 있도록 당신 가까이에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가난해졌고 당신을 위해 십자가에 올라 갔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아버지께 중보합니다. 당신이 나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면 나는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친구이자 형제이자 왕국의 공동 상속자입니다.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 말고 더 원하는 게 있습니까?

 

형제 여러분, 여러분들이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삶에서 그분의 현존과 그분의 무한한 축복을 누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