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신앙/오늘의 축일

[2월 11일] 성 블라시오스 사제순교자

Ὁ Ἅγιος Βλάσιος ὁ Ἱερομάρτυρας Ἀρχιεπίσκοπος Σεβαστείας

 

성 블라시오스 사제순교자 (2월 11일)


덕망 있는 의사

박해시대인 3세기에 아르메니아 지방에서 태어나 직업이 의사였던 성인은 구약의 의인 욥처럼 살았다. 높은 덕으로 말미암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성인은 후에 동부 아나톨리아(오늘날 터키 동부)에 있는 세바스티아(Sebaste, 터키식 이름은 Sivas)의 주교로 선출되었다. 대박해가 행해지던 때, 성인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고백하는 한편 순교자들을 격려하기도 하였다. 에프스트라티오스와 5인 성인들(12월 13일 참조)이 순교하기 전에는 그들의 지하감옥으로 찾아가 성찬예배를 거행하였고, 그들이 순교한 뒤에는 성인들의 성해를 잘 거두어 그리스도인들이 공경하도록 조처(措處)하셨다. 

 

성인과 야수(野獸)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 성인은 세바스티아에서 조금 떨어진 아르게아(Argea) 산으로 가 한 동굴에서 조용히 지내며 기도에 전념하는 생활을 하였다. 성인이 지닌 덕의 향기에 끌린 나머지 야생의 동물들도 동굴 앞으로 와 성인이 기도를 마치기까지 기다렸으며, 성인은 이 동물들을 축복하거나 다친 상처를 낫게 해주곤 하였다. 316년경 리끼니오스 황제(로마제국의 59대 황제. c. 263-325 생존. 308-324 재위)의 통치기에 카파도키아의 총독인 아그리꼴라오스가 그리스도인들을 일제히 검거하기 위해 세바스티아로 왔다. 그리고 원형경기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을 먹이 삼아 공격할 짐승들을 잡아 오도록 군인들을 아르게아 산으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성인의 동굴 밖에서 사자, 호랑이, 곰, 늑대 등이 한데 어울려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일곱 여성과 두 자녀

이를 전해 들은 총독은 성인을 붙잡아 오도록 명령하였다. 세바스티아로 가는 동안 성인을 접한 많은 이교도들은 성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평화와 말할 수 없는 온화함에 감복(感服)하여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고,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짐승은 성인이 앞을 지나치는 순간에 치유를 받았다. 성인은 총독의 법정에서 심문을 받은 뒤 심한 매질을 당하고 나서 감옥에 갇혔다. 고문을 당하는 동안 성인을 따르던 일곱 명의 경건한 여성들이 성인이 흘린 피로 자신들의 얼굴을 적셨고, 이어 체포된 뒤 모두 목이 잘려 순교하였다. 순교하기 직전 성인은 호수 위를 걷는 기적을 보여주었으며, 마침내 먼저 순교한 여성의 두 자녀와 함께 참수(斬首)당해 순교하였다. 성인은 (병을) 치유하는 성인으로서는 동방과 서방 모두에서 가장 공경받는 성인들 가운데 한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