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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성직자의 축복

 

신부님을 만났을 때 정교회 신자들은 어떤 식으로 신부님께 인사를 해야 하나요?

 

기원 후 4세기에 이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사제를 만나면 사제의 손에 입을 맞추고 사제의 축복을 받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톰 성인은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이런 풍습을 칭찬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정교회에서는 이 풍습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는 한국의 정교회 교인들도 사제를 만나면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즉 "신부님 축복해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사제의 손을 자신들의 두 손으로 잡고 입을 맞추면서 사제의 축복을 받습니다.

 

교인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제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사제는 서품식을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거룩한 성사를 거행하는 권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교회의 성직자는 성직의 은혜를 받은 오른손으로 세례를 주고, 성유 거룩한 기름 을 축성하고,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를 신자들에게 나눠주고, 결혼성사를 집전하고, 결혼한 신랑 신부를 축복하고, 고백성사를 통해 회개한 사람을 축복하고, 신품성사를 거행합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사제를 통해 교인들에게 당신의 은혜를 내려 주십니다. 그러므로 교인들이 사제에게 표하는 존경과 영광은 사제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제들에게 당신의 축복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주라고 하신 하느님을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인들은 안디도로를 받을 때나, 축복을 받을 때 또는 사제를 만났을 때, 사제는 그리스도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므로, 그리스도에 대한 존경과 공경의 표시로 사제의 손에 입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입을 맞추는 것은 사제의 인간적인 손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손인 것입니다.

 

한편 그리스도의 도구인 사제는 교인들이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출 때, 그것이 썩어 없어질 자신의 손을 공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이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거룩한 성사들을 집전하고 있기 때문에 교인들이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교인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며, 교인들이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추면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라고 말해 줍니다.

요한 크리소스톰 성인은 설교에서 "여러분은 사제의 손으로부터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습니까? 그러면 이 축복을 가슴에 간직하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면서 평생토록 하느님의 축복을 받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