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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교회의 분열과 일치에 대하여

 

왜 수많은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들이 존재하나요? 그리고 그리스도교 교회들의 일치를 위해 어떤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사도행전과 사도 바울로의 서신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도들께서는 도시마다 교회를 세우시고 주교를 세우셨습니다.(디도 1,5~7. 사도행전 14,23 참조) 그리고 각각의 지역 교회는 주교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단 문제와 같이, 일개의 주교구를 넘어서는 공동의 문제들이 발생하였을 때는 가까운 지역의 주교들이 함께 모이는 지역 공의회(지역 주교 회의)를 통해 대처하였습니다.

 

모든 교회와 관련된 보편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세계 모든 지역 교회의 주교들이 함께 모이는 세계 공의회를 개최하여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4세기부터 8세기까지 총 7번의 세계 공의회가 열렸고, 이 시기는 교회가 분열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로마의 주교를 포함하여 동방과 서방의 모든 주교가 참석하였습니다. 이렇게 개최된 세계 공의회의 결정들은 모든 교회가 받아들여야 하는 보편적 구속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어떤 지역 교회가 세계 공의회에서 결정된 교리 내용이나 교회법을 거부했을 때는 모든 교회들의 보편적 친교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님의 몸인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10세기 이상 분열 없이 일치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1054년 로마 관구가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의 4관구와 신앙과 교회법에서 견해를 달리하며 분리되어 나갔습니다.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세계 공의회의 결정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첨가했으며, 모든 교회의 형제적 친교를 거부하고, 자신의 권위와 권력에 집착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교의들과 교회법들을 독단적으로 선포함으로써 교회의 일치에 큰 장애를 조성하였습니다.

 

서방에서는 또 16세기에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와 지나친 권위주의 그리고 비성서적 교의들에 반발하여, 루터, 칼뱅, 츠빙글리 같은 종교 개혁자들이 가톨릭 교회와는 다른 새로운 교회를 세우며 분열하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교회들은 가톨릭 교회에 너무도 극단적으로 반발한 나머지 사도전승, 주교의 권위, 공의회 전통, 성사와 전례 등,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적 요소들을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개신교 성직자들과 개신교 신자들이 전통과 보편적 신앙을 무시하는 주관주의 신앙에 빠져들게 할 위험을 낳았고, 그래서 수많은 교회로 분열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정교회, 가톨릭 교회, 개신 교회로 분열된 현재 교회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정교회는 하나였던 그리스도의 교회가 분리된 것을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하면서, 성찬예배나 모든 예식을 드릴 때 교회의 일치와 온 인류의 화합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들을 다시 돌려놓기 위하여 제네바에서 세계 기독교 교회협의회(WCC)가 창설되었고, 세계 각국에서도 자체적으로 지역 교회 협의회(한국의 NCCK와 같은)가 창설되어 각 교회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교회 일치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이 밖에도 여러 그리스도교 교파 간에 분열을 치유하고 다시 교회의 하느님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대화와 협력의 모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교회와 로만 가톨릭은 1980년부터 신학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화에는 정교회를 대표하는 30명의 주교와 신학자들 그리고 로만 가톨릭을 대표하는 30명의 추기경과 신학자들이 참석합니다. 이와 같은 회의를 통해 두 교회는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1054년 두 교회를 분리시킨 신학적인 이견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교 교파들이 교회의 분열을 회개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면서, 꾸준히 일치를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시 일치된 교회를 허락해 주시리라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