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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이야기/일상 * 화보

故 소티리오스 한국 초대 대주교의 유언

1975년 12월 1일, 한국에 첫 발을 디딘 고인은 그 후 47년을 한국 교회에 헌신하다 올 6울 10일에 안식하셨다,

 

故 소티리오스 한국 초대 대주교의 유언

(1929. 7.17 ~ 2022. 6.10)


룩하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특히 오늘 성령 축일에 공경하고 기리는, 일체이시고 생명을 주시는 성삼위의 이름으로, 저의 유언을 써보려 합니다.

저에게 있어 이날은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53년 전 오늘이 바로, 미팀니스 대교구의 중심이 있는 레스보스 섬의 ‘깔로니’라는 지역에 저의 수도자 서원식을 위해 저의 영적 아버지와 함께 도착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서원식은 다음 날, 성 이그나티오스 수도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보제 서품식은 미팀니스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성모님 성당, 깔로니)에서 그 다음주 금요일에 거행되었는데, 1956년도 교회력에 따라 그날은 가장 첫자리에 계시는 사도 베드로와 바울로 성인의 축일이었습니다.

 

제 삶의 이 위대하고 중요한 시점 이전과 이후에, 선하신 주님께서는 가치 없는 저에게 한없는 축복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나던 날, 주님께서는 놀라운 방법으로 손을 쓰셔서 저를 죽음에서 구해주셨습니다. 제 고향 아르타의 의료진들의 판단에 따르면, 제 죽음은 임박해 있었고, 그것을 피할 방법과 희망은 없어 보였었는데 말입니다. 청소년기와 청년 시절에, 지극히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저를 악마의 덫에서 여러 번 건져주셨고 그리해서 제가 성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 앞길을 계속 열어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또 가치 없는 저를 위해 보이게, 보이지 않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대해, 지극히 선하신 주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사를 바칩니다. 저는 하느님의 뜻을 여러 번이나 어겼고, 그분의 계명을 여러 번이나 지키지 않았으니, 제게 보여주신 그 은혜는 제게 합당치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를 통해, 제가 경건한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게 해 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는 것, 거룩한 성사에 참여하는 것, 매일 기도하는 것, 금식을 지키는 것 등의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시며 저에게 깊은 영감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제가 초등 교육 시절부터 대학 교육 시절까지, 그리스도교 정신과 덕목을 갖춘 좋은 스승 아래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훌륭한 선생님들을 선사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저는, 이후에 교회에서 사목 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질들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제가 어린 시절부터 영적 아버지들 가까이 갈 수 있게 발걸음을 인도하셨습니다. 이분들은 제 인생의 수호천사로서 제 곁에서 저를 지지해주시며 제가 성직을 갈망하도록 영감을 주셨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분들을 위해, 또 제가 교회의 사목을 하는 데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다른 모든 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왕국에서 그분들에게 풍성한 상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중략)

 

저와 여러 가지 영적인 유대로 연결된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영적으로 연결된 소중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분들 이름만 나열하려 해도 두꺼운 책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저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 영적으로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의 사목을 도와주신 모든 분께 저는 끝없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마음을 아프게 해드 리거나 걱정을 끼쳐드린 분들께는, 저를 용서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죄 많은 저 역시도 모든 분을 다 용서해드렸습니다.

 

끝으로, 저는 (고백하는 마음으로) 정교회 한국 대교구의 성직자들과 신자들께, 저의 잘못과 태만에 대해, 제가 빠뜨린 것에 대해, 또 사제나 주교로서의 의무에 충실하지 못했던 부족함에 대해 저를 용서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여러분들이 다양한 문제에 마주했을 때 가까이서 지지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거룩한 복음 말씀을 이해하도록 더 많이 도와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또 제 본보기를 통해 좋은 영감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해주십시오.

특히 정교회에 오셔서 세례성사를 받았으나, 후에 교회로부터 멀어진 분들에게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마음과 눈물로써 간청드립니다. 모든 분께서 저를 용서해주시기를, 그리고 심판의 날에 주 하느님께서 저를 용서하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도록 기도해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중략)

 

주님께서 제가 이 땅에 살아있도록 허락하시는 한, 저는 온 세상과 모든 신자를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의 고통과 필요와 질병과 문제들을 모두 알고 계시는 하늘의 아버지께서 “그분의 풍성한 자비를 모든 사람에게 베풀어주시며, 그들의 영혼의 구원을 위한 요청에 만족스러운 응답”을 주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형제 여러분,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며 내 권고를 귀담아들으십시오. 그리고 뜻을 같이하여 평화롭게 사십시오. 그러면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셔주실 것입니다.”(고린토후 13,11)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는 친교를 여러분 모두가 누리시기를 빕니다.

 

2009년 6월 8일 

 

구세주 변모 수도원에서

한국 초대 대주교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