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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금식은 꼭 해야 하나요?

 

금식은 꼭 해야 하나요?

알렉산드로스 한의종 신부


정교회는 큰 축일을 맞이하면 항상 금식 기간을 정하고 금식을 하도록 가르칩니다. 평일에도 수, 금요일과 성체성혈을 받기 전날에도 금식을 하여, 주님의 영적 몸과 피를 우리 안에 받아 모십니다. 우리 안에 주님의 거룩한 성체와 성혈을 직접 모시는 것이 정교회 영성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금식은 정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과 더불어 함께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역사와 그 밖의 사건들을 보면 거룩한 일을 행하기에 앞서 항상 금식을 하며 문제에 직면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약시대에도 금식은 계속해서 지켜져 왔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물론 예수님께서도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복음을 전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을 하시며 사탄의 유혹을 물리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도시대와 그 이후 교부들, 그리고 오늘날에도 그 거룩한 전통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금식이 우리가 영적 생활을 하고 투쟁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금식을 단지 형식으로 왜곡되게 치우쳐 버려 그 중요성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주일날 성체성혈을 받기 전까지도 어른들은 아침부터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은 과자, 우유, 사탕 등을 먹고 마시고 주님의 거룩한 성체와 성혈을 욕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교회의 금식은 음식을 아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먹되 가려 먹어라'는 것인데, 사실 이것이 더 힘든 일입니다. 차라리 하루 이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빨리 끝내면 좋은데 40일 동안을 '먹되 가려 먹어라'하니 고깃집 앞을 지나갈 때도, 초대를 받았을 때도 곤란할 때가 많고 그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금식이라고 하면 단지 음식을 절제하는 것으로 국한 지어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가 세상살이를 하는데 필요한 영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살이하면서 모든 것을 끊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관계를 하되 주님의 뜻에 합당한 일만 골라서 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금식을 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느냐?"라는 분들은 아직도 신앙생활을 온전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식을 단지 형식으로만 치우친다면, 모든 우리의 믿음 생활도 형식에 불과할 뿐입니다. 형식도 주님의 뜻에 합당하다면 더 지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은 거룩한 것을 추구하고 나아가는 데 있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금식을 끝까지 잘 지키고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하여 거룩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