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오순절의 삶

 

오순절의 삶

방그라띠오스 대신부


오순절은 정교회의 축일 중에서도 대축일이다. 이날 교회는 성령께서 교회의 삶 안에 들어오신 것을 기념한다. 오순절은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약속의 완성이며 교회의 크고도 중요한 사건이다. 오순절은 교회 전체와 교인 개개인에게 있어서 하나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성령께서 교회의 지주가 되시고 결속이 되어 주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회는 하나이고 거룩하다”라고 믿는다. 교회의 목적과 사명은 사람들을 거룩하게 하여 하느님 가까이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 교회의 사업을 교회는 어떤 능력으로 시행하는가?

외형적으로는, 교회의 사업은 교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교와 사제, 보제 등이 예배를 집전하고, 세례를 베풀고, 결혼을 축복하는 등... 성직자들에 의해 집행된다. 성직자들도 물론 사람이다. 그러나 교회 사업을 진행케 하는 은혜와 능력이 솟아오르는 원천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은혜와 능력은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고, 그 원천은 신품성사 때에 임하신 성령께 있는 것이다.

 

성직자들은 성령의 능력으로 가르치고, 예배드리고, 고백성사를 베푸는 등 신도들을 축복해 준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축성 행위에는 성령께서 임재해 계신다.

이렇게 임재하시는 성령의 역사와 은혜로 세례조의 물이 거룩하게 되어 세례자의 죄를 씻어 내고 새 삶은 심어 준다.

성찬예배에서도 성령께서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주시는 것이다. 결혼성사에서의 남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도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성령은 모든 피조물에게 있어서 생명을 주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성령 찬양의 성가 중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큰 강물과 같은 성령께서는 모든 피조물에게 열매를 맺게 하려고 물을 주신다.” 이 피조물 속에서 우리도 살고 있다. 우리도 성령께서 물을 주시는 피조물 중의 하나이다. 이 물은 괜히 주시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성령의 시원한 물을 보내 주신다. 

우리는 세례 받은 그 순간부터 성령의 은혜와 축복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성령의 선물을 주시는 것은 우리도 열매 맺는 나무가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영적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사도 바울로께서는 성령께서 신자들에게 영적으로 맺어 주시는 열매는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분명하게 가르쳐 주신다. “성령께서 맺어 주시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갈라디아 5:22)

사도 바울로께서 가르쳐 주신 이 영적 열매들은 우리 세례 신자들이 알아야 하는 열매들이고 성인들의 덕성이며 오늘날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덕목인 것이다. 그리고 이 열매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가정이나 사회의 필수 요소들이고 우리 구원의 전제 조건들인 것이다.

우리가 이 영적 열매들을 하느님과 나를 위해 맺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한다면 우리 생활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덕은 하느님께만 있다. 우리는 우리가 쌓을 수 있는 데까지 쌓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령께서 그 열매들을 맺어 주신다.

복된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을 영적밭으로 잘 갈기 위해 노력하며 거기에 영적 열매가 맺도록 하느님께 바치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우리 각자의 오순절이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 그리하여 날마다 성신의 은혜를 받도록 하고 날마다 그 은혜를 유익하게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