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리오의 성 42인 순교자들(3월 6일)
도시가 함락되다
838년 하느님의 진노가 성화파괴주의자인 황제 테오필로스(829-42)에게 임하였다. 이때는 바그다드의 칼리프(Caliph)가 막강한 사라센 군대의 지휘관으로서 비잔틴 사람들에 대해 두드러진 승리를 거둔 뒤, 프리지아(Phrygia, 소아시아 서부지역) 북부의 작은 도시 아모리오를 포위공격하던 때였다. 십삼일이 지나고 나서 내부의 배신행위로 말미암아 마을은 정복되었다. 무기를 들었건 들지 않았건 상관없이 거의 모든 주민들이 칼에 죽임을 당했으며, 인근 마을에서 피난 온 수많은 농부들도 마찬가지로 처형되었다. 그러고 나서 그 도시의 최고위직에 있는 관리 42명만이 살아남았는데, 그들은 모두 귀족 가문 출신으로서 용감하고 훌륭한 인물들이었다. 정복자들은 그들을 어둡고 악취가 나는 감옥에 가두었다.
고통의 시간들
그 뒤 감옥에 갇힌 이들은 눈물로 음료수를 삼고, 때때로 간수가 생색내며 던져주는 부패한 빵 몇 조각으로 연명하며 힘겹게 생존해 나갔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은 허가를 얻어 길거리에서 구걸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몸과 옷은 해충으로 말미암아 상하고 해졌으며, 서로를 알아볼 수도 없는 짙은 어둠 탓에 극도로 허약해져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용기와 영혼의 고귀함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신앙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칼리프의 모든 시도에 맞서 저항하였다. 칼리프가 보낸 사람들이 그들에게 와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이 세상에서의 온갖 육체적인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조용히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성서에 있는 말씀으로 자신들을 무장하곤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어떤 예언자도 모하메드가 올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반면에 구약성서 전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것임을 증언하였다’
승리의 관을 쓴 순교자들
성인들은 이런 상태로 칠 년 동안을 견뎠다. 한 점의 허물도 없이 신앙을 지키며 살아간 성인들은 날마다 시편을 암송하고, 정해진 시간에 예식을 거행하였다.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자신들은 죄인이므로 이런 고난을 당하게 된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845년 3월 5일, 칠 년 전에 도시를 침략자들에게 넘겨주었던 배신자 바디체스(Baditzes)가 성인들을 마지막으로 회유(懷柔)하였다. 그다음 날 아침, 성인들은 수많은 사라센인들이 모여 있는 유프라테스 강 언덕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짧은 기도를 드린 다음 차례대로 칼에 목이 잘려 순교하였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사라센인들은 성인들의 용기에 감탄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 후 칼리프는 배신자 바디체스도 처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