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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오늘의 축일

[3월 9일] 세바스티아의 40인 순교자들

Οἱ Ἅγιοι Τεσσαράκοντα Μάρτυρες οἱ ἐν Σεβαστείᾳ

 

세바스티아의 40인 순교자들(3월 9일)


준사도 성 콘스탄티노스 황제(5월 21일)와 함께 제국을 동등하게 분담했던 리끼니오스(Licinius 308-23)는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협정을 파기하자마자,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적대적인 칙령을 공포하고 행정장관들을 각 지방에 파견하여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이들을 고문하여 죽이도록 명령하였다. 카파도키아와 소(小) 아르메니아의 총독으로 임명된 아그리꼴라오스도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명령을 가장 충실히 수행한 인물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제12 제국군단(고대 로마의 군단은 300-700명의 기병을 포함하여 3,000-6,000명의 보병으로 이루어짐)을 자신이 살고 있던 세바스티아로 오도록 하였다. 

 

40명의 그리스도인 군인들

그런데 이 군단에 소속된 40명의 젊고 용감한 군인들이 우상들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선언하였다. 여러 나라에서 온 이 군인들은 신앙과 사랑으로 뭉쳐진 한 사람처럼 총독 앞에서 자신들을 하나씩 드러냈다. 그러나 자신들의 실제 이름은 말하지 않은 채 모두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외쳤다. 처음에 총독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들의 눈부신 전공(戰功)을 치하하면서, 만일 황제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여러 유익과 호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꾀었다. 그때 성인들 가운데 한 분이 모든 이를 대표하여 대답하였다. ‘당신의 말대로 우리가 지상의 황제를 위하여 용감히 싸웠다면 이제 온 우주의 통치자이신 분에 대한 사랑으로 이 투쟁에 그 얼마나 강한 열정을 갖고 임해야만 하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오직 한 삶만이 있으며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위해 죽는 것입니다.’

 

그날밤 정식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에 갇힌 성인들은 무릎을 꿇고 자신들이 참된 믿음을 지키고 이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주님께 기도드렸다. 한밤중이 되어 시편을 노래하는 그들 앞에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셨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처음은 잘 시작하였다. 그러나 승리의 월계관은 끝까지 참고 견디는 사람에게만 주어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7일이 지난 뒤 군단의 지휘관인 리시아스 대공(大公)이 도착했다. 리시아스는 다시 불려 나온 성인들의 결심이 굳은 것을 보자 다른 군인들에게 명령하여 성인들의 이빨을 돌로 치라고 하였다. 그러나 군인들이 성인들에게 달려들자마자 신적인 힘에 의해 앞을 볼 수 없게 되었고, 혼돈 속에 서로 치고받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싸웠다. 이 광경을 보고 화가 난 리시아스는 자신이 직접 돌을 들어 성인들을 치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엉뚱하게도 총독을 때려서 심한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의 순교

그 뒤 총독은 고심 끝에 성인들의 옷을 모두 벗겨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 벌거벗은 채로 서 있게 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누구라도 이 잔인한 고문을 견디다 못해 포기하는 이를 위해 호수 가장자리에 뜨거운 목욕탕을 마련하여 마지막 유혹처럼 남겨두었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성인들은 하나씩 얼음 위로 나아갔고, 밤새도록 불어대는 매서운 바람을 견디며 주님께 기도하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성인들의 몸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몸의 순환기능은 조금씩 떨어져 갔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고통을 참다못한 한 사람이 호수를 떠나 서둘러 뜨거운 목욕탕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큰 온도의 차이로 말미암아 곧바로 죽고 말았다. 동료를 잃은 슬픔에 마음이 너무 아픈 39명의 성인들은 더 열심히 기도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로부터 커다란 빛이 성인들에게 비추더니 호수 전체를 덮었다. 그리곤 천사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 위에 화관(花冠)을 씌워주기 위해 내려왔다. 

 

이때 목욕탕 옆에서 몸을 덥히고 있던 아글라이오스라는 이름의 한 보초병이 이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갑자기 양심이 찔리면서 믿음의 조명을 받게 된 그는 40개의 화관이 하늘에 매달린 채 마치 완전의 상징인 사십을 채우기 위해 택함 받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그는 바로 자신의 동료들을 깨운 다음 옷을 벗어던지고는 서둘러 얼음 위로 달려가면서 자기 자신도 또한 그리스도인이라고 소리침으로써 거룩한 순교자의 무리에 합류하는 영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