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거슬러 모독한 죄 (마태오 9,27-35, 참조 마태오 12,22-31)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만약 누군가 우리에게 “어떤 것이 가장 큰 죄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또 “용서되지 않는 죄가 있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대답하기에 앞서 먼저 조심해야 할 것은, 이 두 가지 중요한 질문에 우리의 생각만으로 대답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에 대한 대답은 그리스도께서 직접 주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용서되지 않는 죄가 있다”라고 대답하시고 “성령을 거슬러 모독한 죄”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오 12,31-32 참조) 그러면 이것이 어떤 죄인지, 또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왜 용서해주지 않으시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주님께서는 두 가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소경 두 사람을 고쳐주신 것이고, 두 번째는 마귀 들린 벙어리를 고쳐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가장 크고 용서되지 않는 죄에 대해 언급하신 것은 두 번째 기적 후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반응을 보시고 나서였습니다. 두 번째 기적 즉, 마귀 들린 벙어리를 고쳐주신 후에 '군중들은 놀라워하면서 이스라엘에서는 처음 보는 일이라면서 웅성거렸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저 사람은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라고 말했습니다.(마태오 9,33-34)
우리는 여기서 군중들은 경이롭다고 하지만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비판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주님의 기적을 보고 놀라워하며 경탄했지만, 율법을 알고 연구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기적을 보고도 눈을 감은 채 이러한 기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저 사람은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주님과 주님을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이러한 관계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주님을 보고도, 또 주님의 기적을 직접 보고도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예전에도 늘 있었고, 지금도 줄곧 존재합니다. 흰옷을 보고 검다고 하고 검은 옷을 보고 희다고 하듯이, 어떤 진실되고 올바른 것을 보여줘도 부정적으로 대하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항상 있었고 지금도 계속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님의 반대자이자 적으로서, 진실과 올바른 행동을 보더라도 언제든 항상 비판할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에 대해 주님은 어떻게 반응하셨을까요? 오늘 복음 말씀에도 나와 있듯이 주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말들에 의미를 두지 않으시고,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가시는 곳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셨습니다.”(마태오 9,35)
주님께서는 사람들이 아무리 비판하더라도 당신의 인간 구원을 위한 사업을 계속하셨고, 또 영원히 계속하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죄는 용서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을 비판하는 것은 가장 큰 죄이고, 바로 성령을 모독하기에, 용서받기가 어렵습니다. 주님께서는 마태오 복음 12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잘 들어라.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거나 모독하는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을 거슬러 모독한 죄만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마태오 12,31)
그렇다면 성령을 거슬러 모독한 죄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회개하지 않는 닫힌 마음입니다. 즉, 진실을 보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눈을 감는 그러한 마음을 뜻합니다. 바로 이러한 상태가 사탄의 마음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의 마음을 갖게 되면 구원을 받을 수 없는데, 사탄이 바로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영원히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주의하여 살지 않으면 이렇게 사탄과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회개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바로 이렇게 닫힌 마음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모든 이들이 구원받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이 이 세상에 인간으로 오셨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회개한다면 어떠한 죄를 지었더라도 용서해 주실 준비가 항상 되어있으십니다. 회개는 바로 우리의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아주 아름다운 성화 하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 성화를 보면, 문이 하나 그려져 있는데 주님께서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손잡이는 문 바깥쪽에는 없고 안쪽에만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문을 열지 않으면 주님께서는 들어오시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요한 묵시록에 나와 있듯이 주님께서는 “들어라. 내가 문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게 될 것이다.”(묵시록 3,2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들어오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의 회개입니다. 회개하지 않는 것은 가장 크고 용서되지 않는 죄입니다. 우리 모두는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겸손을 다하여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하늘나라 밖에 머물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