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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마태오 14,14-22)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에서 주님께서 행하신 또 하나의 기적에 대해 들었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에 따르면, 주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축성하시고 그것으로 오천 명 이상을 배부르게 먹이셨습니다.

 

이 기적은 우리에게 두 가지 가르침을 줍니다. 첫째는 하느님께서 어떻게 기적을 행하시는지를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양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혼자 쉬시기 위해서 한적한 장소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참된 말씀을 듣기를 갈망하던 군중들은 주님께서 조용히 쉬시도록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계신 곳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쫓아내지 않으셨고, 오히려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들과 온종일 같이 계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병자들을 고쳐주셨습니다.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주님께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 먹도록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제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주님께서 말씀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잊어버린 채, 인간적인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군중들을 쫓아내지 말고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자신들은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밖에 없다고 하자, 주님께서는 그것을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때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이러한 기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우리의 인간적인 지성과 능력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죽은 이들을 부활시키신 것을 인간적인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께서 어떻게 기적을 행하시는지를 볼 따름입니다. 복음 말씀에도 나와 있듯이, 주님께서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받으신 뒤,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시어 감사 기도를 드리시고 축복하셨습니다. 

 

기적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늘과 교통을 하신 후에 물고기와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셨고 또 제자들은 군중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군중들에게 계속해서 나누어 주었지만, 물고기와 빵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성적인 생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주님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보여주시고 행동하신 것을 우리도 따르면 됩니다. 즉, 우리는 식사를 하기 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은 모든 물질의 원천입니다. 

우리는 땀 흘리며 일하지만, 하늘에서 우리의 노력을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양식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손에 양식이 주어졌을 때 이는 곧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기에 식사하기 전과 후에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하니 식사를 하기 전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기도합시다. 바로 주님이 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먹을 음식들을 축복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식사를 한 후에도 다시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우리에게 이러한 음식을 주신 데 대해 감사 기도를 드립시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님께서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무엇을 하셨는지 보았습니다. 그럼 우리에게 보여주신 이 모든 행동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시는지, 우리에게 어떻게 물질적 양식을 주시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기에 앞서 기도하고, 또 음식을 먹고 난 후에 기도하면 우리는 바로 물질에 대한 축복을 받는 것이고 우리의 양식 또한 넘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따르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고 합니다. 

또 요한 복음사가에 따르면 주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배불리 먹고 나서도 남는 것을 하나도 버리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조금도 버리지 말고 남은 조각을 다 모아 들여라.'하고 이르셨다."(요한 6,12)

 

이것은 물질을 아끼고 존중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으로써, 우리에게 절약에 대해 알려주고 계십니다. 이 가르침은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모두 잘 알다시피 오늘날 우리는 많은 음식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지구 반대편에서는 많은 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음식을 버리지 않고 나누어준다면 이 세상에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하느님이 주시는 모든 것을 존중하지 않고, 과소비하며 버리고, 사랑의 마음으로 이웃을 돕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다시 가져가실 것입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물질을 아끼고 영적으로 존중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아이들이 원하는 물질은 무엇이든지 사주려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불필요하게 넘치는 음식과 장난감을 갖게 되므로 물질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영적으로 과소비를 하게 되는 잘못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매일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는 하느님을 공경합시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며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양식에 대해 감사드립시다. 또 영적으로 생활하며 절약하도록 노력하고, 과소비하지 맙시다. 왜냐하면 과소비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물질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 말씀에서 가르쳐주신 내용을 잊지 말고 항상 기억하며 살아갑시다. 만약 우리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모든 것과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는 물질적, 영적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