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우리를 더욱 빛나게 하는 장점이지, 나약함이 아닙니다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럼 과연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하나요? 베드로의 이와 같은 질문에 그리스도께서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오 18:22)라고 하셨습니다. 즉, 셀 수 없이 많이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용서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나요? “진심으로”(마태오 18:35),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주님께서는 말씀하고 계십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한다”라고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쓰라리고 불편한 감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분란을 일으키는 독초”(히브리 12:15 참조)를 모두 뽑아버리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용서가 낳는 힘과 긍정적인 효과들 없이는 어떤 인간관계도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 결혼 생활도, 가정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친구들과의 우정도 제대로 지탱될 수 없고, 우리 사회도 건강하게 구축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용서를 베풀 수 있는 능력을 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넓은 아량과 굳은 의지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죄인들을 향해 베푸신 하느님의 용서가 우리 마음에 감동과 감화를 준다면 우리도 우리 형제들을 용서하는 일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즉, 하느님께서 자신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자발적으로 마음을 열고 용서를 베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나약하고 하느님의 은혜를 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남들을 용서하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고, 되려 미워하고 복수하려고 합니다.
마음이 강인하고 튼튼한 자는 용서를 베풀 줄 압니다. 복수의 칼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섭섭하게 하거나 상처 주었던 일들을 용서하고 털어 버립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하느님의 사람이라면,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성인이 전하는 다음과 같은 권고의 말을 받아들입니다. “당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고, 죄를 짓지 않는 사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에게는 셀 수 없이 많은 잘못과 죄가 있지만, 죄가 없으신 하느님께서 당신을 용서하시니 당신도 모든 사람을 용서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자비를 베풀” 때에만, 즉 남들에게 용서를 베풀 때에만, “무자비한 심판”(야고보 2:13)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