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다니엘 나창규 대신부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은, 당신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 특히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피조물인 사람이 주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이 에덴동산에 머물렀을 때엔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고, 주님과 직접 대화도 나눌 수 있었기에(창세기 3,8-12 참조) 에덴동산은 하느님의 나라인 천상의 세계이다. 그러나 주님의 명령을 어긴 아담이 천상의 세계로부터 추방된 이후 아담과 그의 후손들은 사람의 고향인 천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염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람이 하느님의 나라, 즉 천상의 세계로 귀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상기시켜 주는 날들이 바로 교회가 정한 사순절 기간이다.
이 기간은 세속적인 삶으로 인해 변질된 사람이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닮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신자들에게 참회의 시간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기간이기도 하다.
탕자의 비유에서 보듯이 둘째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들고 먼 나라에서 방종한 생활을 하면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먹을 것도 없이 굶어서 죽을 만큼 죄 많은 삶을 살았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는 아버지와 함께 누리던 영광스러운 삶을 기억하며 자신의 그릇된 삶을 회개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마침내 아버지의 품에 안기게 되는 기적을 맛보게 되었다.
사람은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 곁을 떠나서는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탄의 노예가 될 뿐이다.
아담이나 탕자가 선택한 것처럼 자유롭고 사치스러우며 방종한 삶, 즉 하느님의 곁을 떠나 스스로 살아보겠다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오만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도 거룩한 기간인 대 사순절에 온 마음을 다하여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겠다. 그리하여 우리도 천상의 나라로 들어가는 기적을 맛볼 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