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함은 미덕일까요, 단점일까요?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관대함은 미덕일까요, 아니면 많은 것을 너그럽게 허용하는 헐렁한 특성이므로 단점이 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요?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둘 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미덕이자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관대함을 행하는 동기와 이 행동의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베푸는데, 그 이유가 그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때 이 관대함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만약 우리의 관대함이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되고, 상대방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가볍게 경감시켜 주고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노력이라면, 그때 이것은 미덕이 됩니다. 더욱이 만약 상대방이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해를 끼쳤다면, 그때 나쁜 마음을 갖지 않는 것과 더불어 관대함을 보이는 것은 매우 큰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관대함이 낳을 결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우리를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대담하고 뻔뻔한 태도를 갖게 된다면, 우리의 관대하고 너그러운 행동은 좋은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미덕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너그러움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잘못을 깨닫게 한다면, 우리의 너그러움은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이 주제와 관련된 본보기와 규칙은 주님께서 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세의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이라고 끌려온 여인에게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여인이 깊이 회개하는 것을 보시고 당신의 너그러운 자비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들 마음이 굳어지고 경직되는 것을 보셨을 때는, 채찍을 드시기도 했고(요한 2,15 참조) 특히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는 “화를 입을 것이다.”라고 엄하게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마태오 23장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상황에 따라, 또 상대방의 태도와 행동에 따라, 분별력 있게 잘 판단하여,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보이거나 또는 신중하고 엄격한 태도를 보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