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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인간과 자연

 

성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나요?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는 일을 마치시고 나서 아담과 하와를 축복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창세기 1,28)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의 왕으로 또 모든 피조물의 지배자로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낟알을 내는 모든 풀과 씨가 든 과일나무를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창세기 1,29)

 

또한 아담을 에덴 동산에서 살게 하신 후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 소일거리로 동산을 돌보는 일을 맡기셨는데, (창세기 2,15) 이 일은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동물들도 인간을 주인으로 생각했고 인간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천국에서의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였고, 만일 인간이 하느님과 친교를 계속했더라면 이 관계는 지속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간은 하느님의 뜻을 거역했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러자 자연이 인간에 대항해 반기를 들었고 동물들도 인간에 대해 적대하게 되었습니다.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었고 황폐해졌으며, 인간은 땀을 흘려야 양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세기 3,18~19) 또한 지진, 태풍, 홍수와 같은 무서운 재앙들도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이를 "모든 피조물이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로마 8,22)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죄로 인해 자연도 함께 타락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간에게는 이 세상의 피조물들과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환경에 대해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모든 시대의 인간들은 첫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창조물들이 겪게 된 태초의 고통에 새로운 고통을 추가하지 않아야 하는 중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삶의 터전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대의 인간들이 이 삶의 터전을 거쳐 갑니다. 우리가 우리의 집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가꾸듯이 주변 환경도 파손되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의 파괴 행위로 인해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공기 오염, 바다 오염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결국 인간의 삶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립니다.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청은 이미 1989년부터 세계의 각 국가들과 국제기구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필요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능력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서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정성과 사랑이 지나쳐 자연 찬미주의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근거로 해서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을 만드신 창조주에게는 경배를 드려야 합니다. 마치 자연 자체가 거룩하고 신적인 것인 양 생각하는 범신론 사상은 경계해야 합니다. 거룩하신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고, 나머지 모든 것은 하느님의 피조물이며, 그 피조물의 꽃이 바로 인간이기에,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피조물을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에 관련된 도서를 소개힙니다.

 

바르톨로메오스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 지음, 정교회 출판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