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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에 있느냐?"

 

 

어느 날, 죽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오싹해집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단어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신은 그리스도인입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왕국인 거룩한 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져 있는 왕국의 백성으로 등록된 것입니다. 이 땅에서 살든, 하늘에서 살든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입니다. 영혼은 죽음이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25~2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진리인데, 왜 당신은 죽음이라는 말이나 생각에 그토록 두려움을 느낀단 말입니까? 육신은 잠시 잠이 들 뿐이며,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그 육신은 부활할 것이고, 영혼과 한 몸이 되어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성서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 썩을 몸은 불멸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이 죽을 몸은 불사의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고린토 전 15,53) 사도 바울로는 성령의 감화를 받아 외쳤습니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이 어디 있느냐?"(고린토 전 15,55)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죽음과 거룩한 부활을 통하여 죽음을 '짓밟으셨고' 승리하셨습니다. 그래서 정교회 신자들은 부활절 밤부터 그리스도의 승천 축일까지 40일 동안 이 승리의 사건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 죽음으로 죽음을 멸하시고 무덤에 있는 자들에게 생명을 베푸셨나이다."(부활 축일 찬양송)

 

또 성찬 예배 마지막에 사제는 이렇게 폐식 기도를 합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선하시고 자애로우신 우리 하느님 … 십자가의 힘과 …"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나 됨을 믿는다면 죽음은 없는 것이며,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순교자들이 죽음이야말로 주님의 왕국인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이라 믿고 그 순교의 순간을 기쁨으로 기다린 것처럼 말입니다. 사도 바울로도 마찬가지로 주님의 곁에 가기를 주저하지 않았기에,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또 그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필립비 1,23)라고 고백했습니다.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를 주님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주님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불결한 영혼과 죄입니다. 주님께서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마태오 5,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노력해야 하며, "하늘의 임금이시여 … 우리의 불결하게 된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시고 선하신 이여, 우리 영혼을 구원해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주님께서 이미 이겨버린 죽음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