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과 금식
교회는 주님의 거룩한 수난에 우리를 동참시키기 위해 사순절 금식이라는 기간을 정해 놓고 영적으로 준비하게 한다.
이러한 금식 기간은 사순절 기간 외에도 성탄절 기간, 성모 안식 축일 기간 등 여러 번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길로 엄격하게 지키는 금식이 사순절 금식이다.
그러면 금식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라면 음식을 금하는 것이다. 더 상세하게 설명한다면, 우리가 지키는 금식은 음식 전부를 금하는 것이 아니고 음식의 어떤 종류, 즉 살찌고 기름진 맛있는 음식을 금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식을 왜 하는가?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육적 사람이 되지 않고 영적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영적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육신을 만족스럽게 하는 음식의 일부를 금하며 육적 욕망을 억제하고 육적인 자기를 부정하는 영적 단련을 해야 한다.
사도 바울로께서도 이렇게 가르치신다. “나는 내 몸을 사정없이 단련하여 언제나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고린도 저 9:27)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사람은 세속에 빠지기 쉽다. 세속의 사람과 영적인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세속의 사람은 육적인 욕망에 따라 사는 사람이고 영적인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을 행하고 하느님의 사랑에 위배되는 것은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금식은 이 육적 욕망을 잘라버리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교부들도 죄적인 육신의 욕망을 이 금식이라는 칼로 잘라 버리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주님께서도 세상 구원의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40일간의 단식으로 사탄을 이겨내시는 모범을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셨다.
그러면 이러한 금식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 요한 크리소스톰은 이렇게 가르쳤다. “입으로만 금식할 것이 아니라 눈과 귀와 발과 손과 그리고 모든 부분으로 금식하라.” 이 말씀은 음식만을 금식하는 것이 금식의 목적이 아님을 분명하게 가르친다.
사순절 금식을 우리는 일명 사순대재 즉 사순절 대재계라고 한다. 재계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을 가다듬고 심신을 깨끗이 하며 음식, 행동을 삼가며 부정을 피함”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금식이 바로 이런 것이다.
마음으로 하지 않고 입으로만 하는 금식은 하나의 형식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금식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고 음식을 금하면서도 영적인 회개와 겸손이 결여된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헌신의 마음에서가 아니라 하나의 형식적인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금식은 우리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금식으로 우리의 죄적인 모든 생각과 말, 마음과 행동을 회개하고 하느님께 헌신함으로써 겸손해지고 하느님께 전적으로 순종하는 삶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를 거룩해지게 하기 위해 주님께서는 그 무서운 고통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셨다.
이 주님의 십자가를 쳐다보며 금년 사순절 금식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회개하게 하고 겸손해지는 큰 변화의 기간이 되게 하여 주님의 부활로 참된 평화를 누리는 새 삶의 축복을 받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