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분별력은 가장 훌륭한 미덕

 

 

모든 덕 중에서 가장 높은 덕은 어떤 것인가요?

 

위대한 교리 신학자인 다마스커스의 요한 성인은 "모든 덕 가운데 가장 높은 덕은 분별력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거룩한 교부들이 모두 인정하는, 우리 정교회의 오래된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참으로 분별력은 수많은 덕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분별력은 영적으로 투쟁하는 그리스도인이 각각의 덕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령의 특별한 은총입니다. 다시 말해서 분별력은, 우리 눈이 육체에서 하는 기능을 우리 영혼을 위해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분별력은 영혼의 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이 건강하면 세상이 깨끗하게 보여 우리는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걸을 수 있고, 손을 사용하는 일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병이 있으면 세상을 잘 보지도 못하고 책을 읽지도 못하며, 섬세한 작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영적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영적 건강은 영혼의 눈과 같은 분별력에 전적으로 좌우됩니다. 인간이 영적으로 전진하면, 겸손해지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분별력을 얻게 됩니다. 분별력이 있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나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볼 수 있음으로 영적인 길에서 넘어지거나 빗나가지 않습니다. 분별력은 사람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믿음직한 운전대와 같아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벗어나지 않고 우리를 곧은 길로 가게 해 줍니다.

 

이렇게 모든 덕이 진정한 미덕이 되고 우리의 행동이 하느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금식, 깨어있음, 기도는 우리가 욕정을 물리치고 거룩해지기 위해 영적 단련을 수행하는 수단들입니다. 이런 영적 단련을 통해 많은 사람이 거룩해졌으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성인으로 공경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분별력 없이 지나친 영적 단련을 수행하다가 오히려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고행 수도사는 금식을 모든 미덕 중에서 가장 훌륭한 미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엄격한 금식 생활을 했고, 심지어는 부활절 주일에도 금식했습니다. 선배 수도사들이 충고를 했지만, 그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드디어 그는 지나친 금식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속한 수도원의 모든 수도사는 그 수도사가 금식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의 장례식을 거행해 주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미덕 중의 하나인 사랑도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그 사람이 사탕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에게 사탕을 준다면 그것이 사랑일까요?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랑한다 해도 자식에게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가려가면서 해 주는 분별력이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분별력 있게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성령께 기도를 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