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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여성들의 순교

 

여성들의 순교


정교회는 성인들을 공경한다. 그중에서도 순교 성인들에 대한 공경은 대단하다. 교회는 성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매일같이 축일을 정해 놓고 그날 성인의 공덕을 기리며 신자들이 그들의 확고한 믿음과 거룩한 삶을 본받게 한다.

성인들의 이 세상 삶은 전적으로 그리스도를 위하는 삶이었다. 그들이 삶은 하늘나라를 준비하는 삶으로써 이 세상의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불의와 악과 죄에 대항해 싸우며 영원한 생명만을 추구하였다. 그래서 성서에서도 “의인들은(성인들은) 영원히 산다”(지혜서 5,15)라고 하였다.

 

이처럼 하늘에서는 하느님 곁에서 지상에서는 우리 가운데서 영원히 살고 있는 성인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이 성인 중에는 여성들도 상당히 많다. 우리의 축일 달력에 나와 있는 순교 성녀들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순교자들은 자기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 무서운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사형을 당하면서까지도 조금도 변함없이 지켰다. 물론 여성 순교자들도 똑같은 불굴의 의지로 믿음을 지켰다. 여성이라고 해서 나약한 것은 아니었다.

 

매년 7월 26일을 축일로 맞는 빠라스케비 성녀(305년)만 해도 그렇다. 그녀가 겪은 고문은 대단히 가혹했다. 그 고문은 남성 대순교자들인 성 요르고스와 성 디미트리오스에게 가해진 고문과 비견될 정도로 혹독했다. 그러나 성녀는 조금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녀의 믿음 수호의 투지와 용기는 남성 순교자들의 그것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이러한 믿음의 신념과 용기로 성녀는 남성 순교자들과 같은 영예를 얻었다. 그녀가 보여준 믿음의 용기는 우리에게 믿음의 힘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여 주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똑같이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 주었다.

 

여성의 영적 투쟁이 이처럼 남성과 같으니 그 투쟁으로 받는 상이나 하늘나라에로의 자격도 똑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념하는 축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순교자들에게 남녀의 구별이 있을 수 없고 옛날에 있었던 남성 우월 관습이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 옛날부터 교부들은 그렇게 가르쳤으며, 성 그레고리오스는 이렇게 말했다. "세사의 법은 남성들에 의해 제정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부당하게 적용되었다. 교회는 그런 법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교회는 평등을 기하기 위해 다른 데서 그 기준을 찾았다. 더욱 깊고 본질적인 데서 그 기준을 찾았다. 여성도 하느님의 모상을 닮게 창조되었다.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보다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셔서 자신을 희생하신 것도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구원하시기 위해서였다. 여성들도 하느님을 믿고 세례를 받으며 성체성혈을 영하고 부활과 영생의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남성이라고 해서 무슨 특권이 있는가? 교회는 여성들에게도 중보와 기도를 요청한다. 이것이 여성에 대한 교회의 믿음이고 입장이며,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인 교회의 여성관이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들도 여성의 인격을 그렇게 보며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성도 하느님의 모상으로,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로, 하늘나라의 예비자로 봐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갈라디아 3,28).

그런데 우리의 오래된 관습에서 오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복음의 정신이나 교회의 전통에 위배되는 관습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를 믿게 되면서부터 그가 그렇게도 존중하고 잘 지키던 유다의 전통과 관습을 폐지해 버렸다. 성인들이 사도 바울로의 믿음과 결단의 삶을 본받았다. 그들도 그리스도를 알기 전에는 유다인이나 우상 숭배자들이었다.

 

“빛이 어떻게 어둠과 사귈 수 있습니까? 그리스도가 어떻게 벨리아르와 마음을 합할 수 있겠습니까?”(고린도 후 6,14-15). 이 가르침이 전통과 관습에 대한 우리의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전통 관습이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성 보존에 부합되면 마땅히 권장되어야 하지만, 그 속에 미신적인 요소가 있다든지 남녀 차별과 같은 인간성 훼손의 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거부되어야 한다.

우리 각자는 확고한 믿음과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순교한 남녀 성인들의 믿음과 삶을 배우며 우리도 남녀 차별 없이 같은 믿음과 용기로 사는 것이 그분들을 진정으로 공경하는 것이 됨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