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그리스도께 가까이 갈 수 있는가?
1. 내적인 접촉으로 가까이 간다
그리스도 신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생활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시고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가까이 가서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우리 정교인은 하느님과 교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 방법은 주로 기도하는 것이고 성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성사 중에서도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받는 감사의 성사 즉 성찬예배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도와 성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하느님과의 교제는 영적으로는 기도로 행위적으로는 성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기도를 하느님과의 교제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회에 가서도 마음에서 하는 기도는 하나도 없이 형식적으로 성상에 꾸벅꾸벅 경배하며, 아무 감정도 없이 습관적으로 성가나 부르고, 아무 감동이나 두려움도 없이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와 성혈을 넙적 받아 모시는 지극히 위험한 불경을 범한다.
이렇게 형식적으로 또는 습관적으로 그리고 무감각하게 기도와 성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외형적으로는 하느님과 가까이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여러 가지 세상의 잡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런 형식적인 사람들은 하느님 앞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며 마치 하느님이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바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그래서 예언서에서도 나와 있듯이 하느님은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마태오 15,8)하고 한탄하신다.
그러므로 사람과 하느님과의 바른 교제는 마음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내적, 영적 관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영적 자세를 계속 원하고 계신다. 잠언에서도 하느님은 “아들아, 네 마음을 나에게 다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너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너희가 그렇게도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무한하고도 완전한 기쁨을 내 가까이에서 누리게 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뜻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렇게 마음을 주는 것이 기도이다. 기도는 그저 형식적으로 입술로만 놀리는 것이 아니고 그 영혼이 하느님과 대화하고 접촉하며 하느님과의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결합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영성체의 자세도 그렇다. 그저 신성하고 거룩한 하느님의 선물이니 받아 두는 것이 좋지 않으냐 하는 자세로 받는 것이 아니고 우리 마음속에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위 하느님이 오시고 우기가 그분과 하나가 되기 위해 받아 모셔야 하는 것이다.
2. 믿음과 겸손으로 가까이 간다
그런데, 하느님께 마음을 바친다는 것 즉 자녀들과 아버지의 거룩하고 신비스러운 만남과 결합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하혈병에 걸렸던 여자의 경우(마르코 5,24~34)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여자는 주님께 어떻게 접근했던가? 오직 믿음과 겸손으로 접근했다. 그러면서 “그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마르코 5,28) 그렇게 믿고 하였더니 과연 나았다.
이런 믿음이 우리의 기도와 성찬식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의심을 품고는 어느 누구도 주님께 가까이 갈 수 없으며, 주님께서 받아 주시리라고 바라지도 못한다.
야고보 사도는 “의심을 품는 사람은 아예 주님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야고보 1,7)라고 하셨다. 하느님을 의심한다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 되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에게는 선물을 주시지 않는다.
하느님을 가까이 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 또 있는데 그것은 겸손이다. 축복받은 그 하혈병 여자는 자기는 감히 주님 앞에 나서서 병을 고쳐 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겸손이 우리가 주님께 가까이 감에 있어서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겸허하고도 경건한 기도가 하느님과의 진정한 교제를 이루고, 이 기도와 함께하는 감사 성사의 참여가 성삼위 하느님 안에서의 결합을 이루어 준다.
이와 같은 기도와 성사 참여 자세를 기본으로 하고 우리 자신을 살펴보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사제가 폐식 기도로 성찬예배를 끝맺고 있을 때 우리에게 “누군가가 내 옷에 손을 댔다”(루가 8,46)라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 영적으로 들려 오는지? 아니면 마구 밀어 대고 있는 군중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가 끝나고 마는지를 반성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믿음을 가지고 겸허하게 내게 손을 대었다”라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은 참으로 복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