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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거룩한 천사들과 신성한 예배

한국 정교회 서울 주교좌 대성당의 제단

 

거룩한 천사들과 신성한 예배

(소티리오스 대주교)


대천사들, 천사들, 헤루빔과 세라핌 그리고 모든 천군 천사들을 기념하는 축일을 맞아 우리의 삶이 거룩한 천사들과 실제로 어떻게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 교회의 각종 예식에서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교회의 한 성가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리스도시여, 당신의 십자가를 통해서 천사와 사람은 한 양 떼 안에 있게 되었나이다. 한 교회인 하늘과 땅은 기뻐하나이다."(토마 주일 후 애니 성가 중에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의 희생을 치르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거룩한 천사들과 합일시키시고 한 무리의 양 떼로 만드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영적인 양 떼 안에는 즉, 주님의 교회에는 사람과 천사가 함께 속해 있습니다. 물론 예배에서도 거룩한 천사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천사들은 하늘에서도 하느님을 끊임없이 찬양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시는 감사의 성 만찬을 거행하는 거룩한 제단에 천사들이 있습니다.

 

사제는 성찬예배의 소입당에서 거룩한 복음경을 들고나오면서 입당 기도를 통해 천사들도 함께 거룩한 제단에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길 바라는 기도를 합니다. 물론 천사들은 영적인 존재이기에 우리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천사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함께 하며 성찬예배 거행을 도와줍니다.

일부 거룩한 사제와 주교 성인들은 제단 옆에 있는 천사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들과 같이 성찬예배를 집전한 경험을 말했습니다. 성 스피리돈과 콘스탄티노플 주교이셨던 성 니폰(4세기), 사로프의 성 세라핌(18세기) 그리고 근대 성인 성 야고보스(찰리끼스) 등의 성인들이 대표적입니다.

 

성서와 전승을 통해 알려졌듯이 성 요한은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라는 뜻인 ‘알렐루이야’를 하늘에서 천사들이 찬양하는 것을 들었는데(요한 묵시록 19,1 참조), 천사들의 찬양송은 성찬예배와 하나가 됩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영광스러운 하늘나라의 하느님 옥좌에서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 그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시다."(이사야 6,3)라는 세라핌의 찬송을 들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들은 세라핌의 찬양송과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때 아이들이 외쳤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라는 환호를 합쳐서 성찬예배의 제2 봉헌 기도 전에 이렇게 성가를 부릅니다. "거룩하고 거룩하고 거룩하신 만군의 주, 하늘과 땅이 영광으로 가득하니 높은 하늘에서 호산나. 주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 높은 하늘에서 호산나"

 

전해져 내려온 이 성가와 더불어서 콘스탄티노플의 성 브로끌로(434-446)총대주교가 알려준 기도를 성찬예배나 각종 예식에서 기도나 성가로 드립니다. "거룩한 하느님이시여, 거룩하고 전능하신 이여, 거룩하고 영원하신 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 삼위의 세 위격에 대한 내용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밤에 베들레헴에서 천사들이 나타나 부른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 사람들에게는 사랑이요."라는 성가도 성찬예배를 비롯한 여러 예배에서 부릅니다. 

이렇듯 성찬예배에서 성 삼위일체 하느님을 찬양하는 우리 목소리와 수많은 천사의 목소리가 함께 조화를 이룹니다. 우리는 천사들과 함께 성찬예배에 참례합니다. 우리 정교인들은 과연 성찬예배의 경건한 순간에 함께하고 있음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사실에 대해 누구라도 의심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봉헌 기도에서도 경건한 시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봉헌 기도가 시작되면 우리는 천사들의 성가인 "거룩하고 거룩하고 거룩하신 만군의 주, 하늘과 땅이 영광으로 가득하니 높은 하늘에서 호산나"를 부릅니다. 

그리고 사제는 기도를 드립니다. "자애로우신 하느님이시여, 이 복된 천군 천사와 같이 우리도 큰 소리로 찬양하나이다. 당신과 당신의 외아들과 당신의 성령은 거룩하시나이다. 지극히 거룩하시나이다."

 

우리와 함께 천사들도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얼마나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하느님의 백성은 하늘나라의 영적인 존재들과 영광의 위치에 함께 합니다. 거룩한 천사들은 제단에 함께 모여 우리와 함께 무릎을 꿇고 피 흘림 없는 희생 예식을 드립니다.

 

우리는 거룩한 성당에서 이런 특별함을 맞이하고 느끼면서 외칩니다. "당신의 영광스러운 성당에 있는 우리가 하늘에 있음같이 느끼나이다." 그러므로 헤루빔 성가는 경건함으로 하느님 앞에 나타난 헤루빔을 우리가 본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줍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시는 모든 만물의 왕을 맞이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걱정은 내려놓읍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 현실입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감동에 젖게 하기 위해서는 믿음과 그리스도에 대한 뜨거운 사랑, 영적 준비, 순수한 마음, 성찬예배에 정성을 다해 참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제는 예배의 중요한 순간에 우리에게 큰소리로 외치며 권합니다. "지혜의 말씀이니 경건한 마음으로 일어서서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 들읍시다."

 

성찬예배 때, 거룩한 천사들이 함께함을 확신하는 우리는 하느님을 향해 경건한 마음을 드리게 되고, 주의 깊게 성찬예배에 참례하게 됩니다. 천사들과 함께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해 주님이신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