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큰 사랑 5 - 아버지의 애정 어린 '징벌'
(아타나시아 봉사자)
인도의 성자라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이며 '간디 비폭력 연구소'의 설립자인 아룬(Arun) 간디 박사가 한 대학 강연에서 들려준 아래 이야기는 '비폭력적인 육아법' 의 한 좋은 본보기이다.
"저는 열여섯 살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더반(Durban)으로부터 약 30km쯤 떨어진 사탕수수 농장 한가운데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곳은 외진 시골이어서 이웃이라고는 없었고, 그래서 저와 두 여동생은 언제나 도시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저더러 운전해서 도시에 좀 데려다 달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은 온종일 계속되는 회의에 참석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때는 이때다.'하고 생각했습니다. 도시에 간다고 하니까 어머니 또한 여러 가지 식료품들을 사 오라고 목록을 적어 주셨고, 아버지는 시간이 있으니 자동차 수리 등 여러 잡다한 일들도 처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아침 운전을 해서 모시고 가서 내려 드리자, 아버지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서둘러 맡겨진 모든 일을 끝마치고는 곧바로 가까이에 있는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영화 속에 빠져들었죠. 영화가 끝나자마자 차고로 달려가 차를 몰고 쏜살같이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신 곳으로 갔을 때는 이미 여섯 시 무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왜 이리 늦었냐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으셨습니다. 저는 존 웨인이 나오는 미국 서부영화를 보느라 늦어졌다고 말하기가 차마 부끄러워, '차 수리가 아직 안 끝나 기다리느라고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차를 정비하는 곳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셨던 것이었죠.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을 안 아버지는, '너를 기른 방식에 잘못이 있구나, 진실을 말할 용기를 가르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생각하기 위해서 집까지 걸어가겠다.'라고 말씀하시고서는 구두를 신고 정장을 한 채로 대부분 비포장이고 가로등도 없는 약 30km의 어두운 도로를 따라 집으로 걷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차마 먼저 갈 수가 없어서 다섯 시간 반 동안이나 아버지 뒤에서 천천히 차를 몰며, 아들이 저지른 바보스러운 거짓말 때문에 아버지가 대신 고통을 겪으시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