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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24인 수호성인

성 실루아노스 아토스 산의 수도자 (축일 9월 24일)

 

한 평범한 러시아 농부

성인께서는 러시아의 탐보프(Tambov) 지역에 사는 한 가난한 농사꾼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성인께서는 ‘내가 자라면 하느님을 찾아온 세상을 두루 다닐 것이다’라고 말하곤 하였다. 성인들과 고행자(금욕주의자)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성인의 마음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활활 타올랐고, 이런 사랑을 마음에 간직한 채 자연히 수도생활을 동경(憧憬)하였다. 그러나 점차 성장함에 따라 어린 시절의 생각은 차츰 옅어져 갔고, 강건한 신체를 지닌 여느 농부들처럼 평범한 세속 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사람과 다툼이 일어나게 되어 끝내는 이것이 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그는 싸움의 상대를 거의 죽일 뻔하였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성인은 다시금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었다. 며칠 뒤 성인께서 잠을 자고 있을 때, 뱀 한 마리가 성인의 목구멍 아래로 기어내려 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되었다. ‘네가 그 뱀을 삼키는 것이 역겹다고 느끼는 것처럼, 네가 살아가는 방식을 지켜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불쾌하다.’ 성인께서는 이 계시로 말미암아 삶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그 뒤 오로지 아토스산과 마지막 심판만을 생각하던 성인께서는 1892년 군복무를 마치고 당시 2,000명에 가까운 수도사들로 번성하던 아토스산의 판델레이몬(Panteleimon) 수도원으로 가서 수도자가 되었다.

‘예수’ 이름의 힘으로 악마를 이기다

이제 갓 수도생활을 시작한 젊은 수도자로서 성인께서는 쉽게 육체적 욕망을 일으키는(carnal) 생각에 사로잡히곤 하였고,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픈 유혹에 이끌리기도 하였다. 그러자 성인의 고백을 듣던 영적인 아버지께서는 성인에게 ‘예수기도’(Jesus Prayer)를 하도록 권유하였다. 이후 성인께서는 45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면서 예수 기도를 통해, 온갖 사악한 상념(想念)들이 마음속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몰아냈으며, 도리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늘 간직한 채 살았고, 절제하고 삼가는 마음을 한 번도 잃지 않았다. 낮이나 밤이나 예수 기도에 전념하던 성인께서는 밤에 한두 시간 눈을 붙이는 것으로 잠을 대신하곤 하였다. 나중에 이백 명이 넘는 일꾼들을 부릴 책임이 주어졌을 때에도 성인께서는 당신의 이 같은 영적 (고행) 생활을 완화(緩和)시키지 않았다.

어느 날 영적인 투쟁에 몰두하는 성인에게 악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을 예배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자 성인께서는 주님의 도우심을 요청하였고, 주님께서는 성인에게 ‘너의 정신을 지옥에다 두어라. 그리고 낙심하지 말아라!’(Keep thy mind in hell, and despair not!)라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자신과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하던 성인께서는 1938년 9월 24일 평화로이 안식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