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육적 소경과 영적 소경

 

 

육적 소경과 영적 소경


요한복음 9장에는 주님께서 소경을 고치신 기적이 기록되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었던 사람을 고치신 이 기적에 대한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중에 한 가지를 알아보자.

소경에 관한 문제이다. 즉 소경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앞 못 보는 소경이고 다른 한 가지는 영적 소경을 말한다. 먼저의 경우에 속하는 소경은 눈이 안 보여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소경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태어나기를 소경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무슨 사고나 병으로 시신경이 잘못되어 소경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소경은 영혼의 눈이 잘못되어 영적인 면을 볼 수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그들을 닮은 사람들은 육신의 눈은 있어서 세상 사물을 아주 잘 보지만 영적 눈이 잘못되어 영적 사물을 보지 못한다.

여기서 이러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영적 소경이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영혼의 시력을 잃고 영적 소경이 되는가?

이 문제는 간단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영적 소경이 되는 원인을 잘 알려면 우리가 그런 위험 속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히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안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오는 나쁜 결과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성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내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적 소경이 되는 원인은 인간의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것들이 영혼의 눈을 막아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은혜고 눈을 뜨게 된 사람 앞에서 보여 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태도가 바로 그 현상을 나타내 주었다. 그것으로 봐서도 영적 소경의 원인은 이기주의라는 것을 확인해준다.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이론적으로는 하느님의 법을 알고 있었고 또 그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쳤었다.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통하여 하느님의 아들을 보내시어 사람들을 밝히시고 구원으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죄에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셨다”(이사야 6,1~2)

주님께서는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이 구절을 읽으시고 사람들에게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루가 4,21)라고 하셨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앞에는 주님께서 고쳐 주신 소경이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이기주의가 주님의 기적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를 협박하며 진실을 왜곡하려고 했고, 어떻게든지 그리스도께서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소경이었던 사람에게 빛을 준 사실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 기적을 안다면 그리스도를 믿을 것이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제쳐버리고 그리스도를 따르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세력은 무너지고 그들에게는 아무 힘도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영적 소경이 된 원인은 그들의 독선과 이기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있었던 이 이기주의적인 현상은 언제 어디서나 재현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의 고집스러운 주장과 독선으로 진실 앞에서 자기의 눈을 막게 된다.

이런 자들은 진실을 완전하게 부정하거나 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든지 그것을 왜곡하고 변질시키려 한다.

여기서 또 다른 하나의 의문이 제기된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영적 소경이 되지 않고 또 되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치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해답도 간단하다. 자기 안에 있는 이기주의와 싸워 이겨야 한다. 그리고 겸손해지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거기에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게 된다. 성서는 많은 부분에서 이것을 강조한다.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언제나 주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주여, 영광을 우리에게 돌리지 마소서. 다만 당신의 이름이 영광되게 하소서...”(시편 115,1)

성인들도 그렇게 하셨다. 특히 세례자 요한은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고 하셨다.

이 두 가지 노력이 하느님께서 우리가 당장 시작하기를 원하시는 평생 노력이어야 한다. 이 노력을 쉬지 않고 해야 한다. 이로써 영적 소경이 되는 위험을 몰아내고 그리스도이신 진리와 빛을 향해 언제나 깨끗하고 번쩍 뜨인 영혼의 눈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