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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성령에 이끌리는 삶

 

 

교회는 사도들의 오류가 없는 가르침에 기반을 둔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서를 보면 주님의 제자들도 잘못을 범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높은 자리를 요구했고, 어떤 때는 불신앙을 보여주었고, 심지어는 주님을 배반하고, 부인한 이도 있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요?

 

주님의 제자들 행동을 평가할 때, 우리는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성령께서 강림하신 오순절 이전과 그 이후를 구분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을 따르라고 했을 때, 제자들은 그 당시의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세리(그 당시에 세리는 부정하고 죄인으로 여겨졌습니다)나 어부와 같은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과 3년을 함께하면서 가르침을 듣고 기적들을 보았지만, 제자들은 편견으로 인해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한때 제자들에게 "아직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느냐? 그렇게도 생각이 둔하냐?"(마르코 8,17)라고 질책하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로 제자들의 삶이 완전히 바뀝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이다."(요한 16,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이 말씀대로 된 것입니다. 베드로를 보면 성령을 받은 후 바로 예루살렘에 모인 군중들에게 "이스라엘의 온 백성은 분명히 알아 두시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고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사도행전 2,36)라고 설교하였습니다.

베드로는 성령을 받기 전에는 한 여종 앞에서도 두려워하여 대사제 관저 마당에서 그리스도를 세 번이나 부인하였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백성 앞에서 당당히 그리스도를 전하는 설교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예수를 하느님이라고 설교한 죄목으로, 유대인들의 의회에 잡혀갔을 때도, 베드로는 용기를 가지고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사도행전4,20)라고 용기 있게 답변하였습니다.

 

유대인들의 회당에서 사도 베드로가 변론하는 것을 전하는 사도행전의 말씀에, "그때 성령으로 가득 찬 베드로는 이렇게 대답하였다."(사도행전 4,8)는 내용이 그의 변론에 앞서서 먼저 언급되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성령이 먼저 베드로에게 임하였고, 베드로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만이 아니라 모든 사도들도 성령이 충만하여, 성령의 이끌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나 글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던 평범한 제자들이 성령의 빛과 영감으로 충만하여,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게 되었고, 또 믿음을 가지고 그 가르침을 온 세상에 전파하게 되었다는 것을 신약성서를 통해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