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은 천사가 되게 한다
순결은 수도자의 3대 덕목 중의 하나가 될 정도로 중요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복된 천사들보다는 열등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러므로 인간이 천사와 동등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힘을 다해 투쟁해야 한다.
그러면 인간이 어떻게 천사와 같아질 수 있단 말인가? 천사는 이성을 찾지 않으며 결혼도 하지 않는다. 순결을 지키는 처녀 역시 이성을 찾지 않으며 결혼을 하지 않는다. 천사는 언제나 하느님 곁에 머물면서 하느님을 섬기고 있다. 순결을 지키는 처녀도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순결을 지키는 사람들이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께만 정성껏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세속적인 책임을 그들에게서 면제해 주었다.
순결을 지키는 사람들은 천사들과는 달리 지금 당장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다. 육신이 그들을 땅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혼과 육신이 정결하다면 그들은 하늘에 계신 주님을 자신 안으로 맞아들일 수 있음으로 몸은 비록 땅에 있지만 더할 나위 없는 큰 위안을 받게 된다.
이처럼 육신에 싸여 있는 사람을 육신이 없는 천사보다 열등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바로 순결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위대한 능력을 얻게 하고 하느님의 선을 차지하게 하는 순결을 지키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단한 투쟁을 해야 하며 치열한 전투를 치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한 투쟁 정신과 불굴의 기백으로 욕망과 싸워 이길 결심이 돼 있어야 한다.
욕망이란 불처럼 뜨겁고 무쇠처럼 단단하고 격렬하게 날아드는 화살처럼 날카로운 것이다.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는 붉게 달아오르는 숯불 위를 걸어도 화상을 입지 않고 예리한 화살에도 상처를 입지 않는 큰 힘이 필요하다. 만일 이와 같은 강력한 힘으로 단련되지 않고 순결을 지키려고 시도한다면 그는 욕망의 불과 화살에 당장 쓰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순결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단단한 의지와 총명한 분별력, 끈질긴 인내와 성채와 같은 방벽과 빚장과 같은 단속과 깨어있는 파수꾼과 같은 경계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위로부터의 도우심이다. 왜냐하면 "주께서 성을 지키시지 아니하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일"(시편 127,1)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위로부터의 이 도우심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때, 다시 말해서 항상 건전한 생각을 하며 금식을 엄격하게 지키고 언제나 영적으로 깨어 있으며 계명을 바로 준수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신망을 두지 않을 때 그는 위로부터의 도움을 받게 된다.
비록 자기가 어떤 커다란 업적을 이루었을 때라도 언제나 "주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집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며"(시편 127,1) 라는 말씀을 자신에게 되새겨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우리 마음은 단단하게 무장되어 간교하게 스며드는 어떠한 욕망의 유혹도 물리칠 수 있게 되고 흙과 재와 같은 우리가 하늘의 천사들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며 썩어 없어질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