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을 읽어보면, 군인들이 예수를 잡으려고 밤을 타서 게쎄마니 언덕에 왔을 때, 주님께서 그들에게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지고 맙니다. 이 이상한 광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우리가 요한복음 18,5~6의 말씀을 보면 군인들의 이러한 첫 반응은 이상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이 무장하지 않은 예수님 앞에서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두 단어만 듣고 뒷걸음치고 땅에 넘어지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에 예수님은 군인들처럼 사람으로만 계셨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전능하신 하느님으로서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신성의 힘을 아주 조금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군인들은 이것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자신들을 미는 것처럼 넘어지게 되었고, 두 다리로 지탱해서 서 있을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이다.'라는 이 말씀은 "Ο ΩΝ - 나는 곧 나다"(출애굽 3,14)라는 하느님의 이름과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천상의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있고, 그 이름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성 사도 바울로는 완전한 신이시고 완전한 인간이신 우리 주님의 이름에 대해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필립비 2,10)라고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이 주님께서는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주님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주님의 신성에 대해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이 순간에 신성의 힘이 나와서 군인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놀라서 땅에 넘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무장한 군인들은 자신들을 넘어뜨린 그 힘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계속해서 주님을 결박해서 잡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만물의 주관자이신 예수님께서는 열두 군단도 넘는 천사들로부터 (마태오 26,53 참조) 보호를 받으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자발적으로 (칼을 뽑아 들고 반항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듯이) 피조물인 군인에게 잡히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