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니키포로스 순교자 (2월 9일)
두 친구
발레리안과 갈리에노스 황제의 통치 시절(253-260),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에는 두 명의 그리스도인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한 영과 한 마음, 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가까운 친구사이였다. 그런데 악마의 흉악한 꾀로 말미암아 그 둘의 사이가 미움으로 변하였으니, 그 하나는 사제인 사프리키오스였고 다른 하나는 신도인 니키포로스였다. 그런데 얼마가 지난 뒤, 니키포로스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서로 사랑하는 것과 악마가 심어준 미움으로 말미암아 등지게 된 사이에 서로 화해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니키포로스는 여러 차례 사프리키오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자신을 용서해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러나 마음이 돌처럼 굳어진 사프리키오스는 주님의 계명을 범한 채, 형제와 평화를 이루지도 않고서 거룩한 희생 제사를 드리는 일을 계속하였다.(마태오 5,22 참조)
용서와 화해
바로 그 무렵,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가 다시 시작되었고, 사프리키오스는 붙잡혀 재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그리스도교 사제이며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이라고 고백하였다. 심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흔들림이 없는 그의 신앙을 본 통치자는 그의 목을 쳐 죽일 것을 명령하였다. 그런데 니키포로스는 만일 사프리키오스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순교하더라도, 만약 자신에 대한 미움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그 순교가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몹시 괴로워하였다. 그래서 니키포로스는 마지막 처형의 순간에 사프리키오스의 발 앞에 엎드려 울며 그에게 용서와 화해를 청하였다.
겸손과 온유함
그런데 돌처럼 차가워진 마음으로 이를 거절한 사프리키오스의 목을 향하여 칼이 내려쳐지려는 순간, 하느님께서는 합당치 않은 이에게서 당신의 은총을 거두셨다. 갑자기 마음이 바뀐 사프리키오스는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겠노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순교의 면류관을 놓치지 말라는 니키포로스의 눈물 어린 호소도 들은 체 만 체 하였다. 그러자 니키포로스는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며, 방금 사프리키오스가 부인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노라고 말하였다. 즉시 사프리키오스는 풀려났고, 니키포로스는 교만과 완고(頑固)한 마음으로 인해 순교에 대한 상을 잃어버린 이를 대신하여 처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