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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예수 기도와 기도 매듭 (꼼보스끼니)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정교회는 끊임없는 기도를 위해서 꼼보스끼니(Κομποσκοίνι)라는 '기도 매듭'을 사용합니다. 보통 왼손에 기도 매듭을 잡고 엄지손톱으로 마디 하나를 넘길 때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면서 오른손으로는 십자 성호를 긋는데, 이 짧은 기도를 '예수 기도'라고 부릅니다.

이 간단한 기도와 몸에 긋는 십자 성호에는 우리 신앙의 전부가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도자는 진실한 이 예수 기도로 자신을 성화하는 은혜를 받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주님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므로 당연히 우리는 그분의 종입니다. 종은 주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선포한 이상 그분의 계명에 따르며, 그분의 법에 완전히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또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육신을 취하신 하느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주님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으로서의 능력에 의지하여, 죄 속에 있는 가련한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구원의 자비는 죄의 인식 없이는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깊이 깨닫고 회개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를 기대하게 됩니다. 회개는 다시 범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런 의지로 죄악에 묶여있는 우리 영혼은 사슬을 끊고 하늘로 향하게 되어 거룩함 속에서 영원한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깊은 의미의 기도를 올리며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자신의 몸에 긋는 십자가는 자신의 죄를 십자가에 달아 죽이는 회개이며, 회개한 자신에게 사탄이 다시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방패이며, 그리스도의 성혈로 받게 되는 구원이며,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는 보장이 되는 것입니다.

 

기도에서 사용하는 기도 매듭(꼼보스끼니)는 33개, 50개, 100개, 300개짜리 등이 있는데, 수도자는 필요에 따라 어느 것이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매듭을 이용해 올리는 기도 방법

매일 새벽에 올리는 ‘예수 기도’는 보통 100 마디짜리를 사용하여 정해진 횟수를 기도합니다.

서원 전의 수련자는 기도 매듭을 300번 넘기며 매번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면서 손이 바닥에 닿게 허리를 굽히며 절을 합니다.(Μικρή μετάνοια 미끄리 메따니아)

이 기도가 끝이 나면 이어서 온몸을 엎드리는 큰 절(Μεγάλη μετάνοια 메갈리 메따니아)를 50번 하는데, 이는 자신을 완전히 낮추고 하느님께 순종함을 의미합니다.

서원 후의 수도자는 600번 마디를 넘기는 예수 기도를 올리며 허리굽히는 절을 하고, 이어서 큰 절 100번을 합니다.

경륜 있는 수도자는 1200번을 넘기는 기도를 올리며 허리 굽히는 절을 하고, 큰 절 300번을 올리기도 합니다.

수도자들은 이렇게 끊임 없는 기도로 주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확고히 하며, 십자 성호로 사탄의 침범을 물리치고 허리 굽히는 절로 자기 속에 있는 '자아'를 완전히 주님께 굴복시키고 성령의 은총으로 성화되고 하느님의 무한한 능력을 입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기도 매듭은 수도자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신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기도 매듭은 신자들에게 매우 소중하고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삶의 가치 기준이 혼돈되어 우리 영혼이 흔들릴 때, 필요한 것은 진정한 기도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로 우리는 세상의 노예가 아니라 주님의 종임을 다시 확인하고 주님께서 인도하시어 죄에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주님의 뜻을 따를 수 있는 삶을 확고히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사도들이나 성인들처럼 성화를 이룰 수 있으며, 하느님의 능력으로 영혼과 육신을 파멸에서 구하고 현세에서의 축복과 다음 세상에서 영원한 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