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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정교인이란?

 

정교인이란?


사도 바울로의 종교관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믿음에 의한 의화(義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도 바울로 종교관의 핵심은 그리스도와 하나 됨에 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디아 2,20) 여기에 그리스도 신앙의 요체가 있다. 오늘날과 같은 현대 사회의 환경과 일상생활 가운데서 어떻게 우리는 사도 바울로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정교인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 세례를 받았고 혹은 어른이 되어서 세례를 받고 거룩한 신비에 대해 깨닫고 있는 것이다. 세례 받은 그때부터 우리 모두는 주님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교회에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면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주위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민족과 종족의 분단 장벽, 계급 간의 갈등이라는 장벽, 성(性)의 장벽, 개인 간의 장벽, 서로 용서하지 않는 증오의 장벽, 급기야는 예수님과 우리 삶 사이에 놓인 장벽이 생기고 있다.

 

또 다른 사도 바울로의 가르침을 상기해 보자. “유다인이나 그리이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갈라디아 3,28)

 

우리 교회 안에서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도 바울로께서 오늘의 현실을 본다면 무어라 말할 것인가?

현재의 분열과 때때로 나타나는 갈등과 증오를 보면서 그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여러분 가운데 그리스인이나 러시아인이나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더 중요하거나 하찮은 사람도 없습니다. 더 훌륭하거나 더 오랜 전통이나 더 우수한 국가적 문화도 없습니다. 단지 복음의 법칙과 정신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정교(참된 신앙을 의미한다)인이 되었는가?

우리가 이를 실천하고 있는지 심각히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때때로 하는 고백성사가 아니라)

 

어찌하여서 우리는 이 교회의 신자가 되었는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어떻게 공통된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

우리들 사이에 혹은 주변에 어떤 장벽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장벽이란 게 반드시 벽돌이나 돌덩이나 회반죽으로 쌓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 즉, 현지인과 외국인 사이에, 젊은이와 늙은이 사이에, 가진 자와 없는 자 사이에, 보수와 혁신, 민족과 민족 간에, 급기야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 마음속에서, 의심으로부터 이러한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장벽을 허물어 버리는데 특별히 큰 일을 하셨다.

그분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독선적인 장벽을 쌓고 있는 중에도 죄인들과 함께 하셨으며 자캐오의 집을 몸소 방문하시기도 하셨다. 또한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셨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여성들이 마치 열등한 인간들인 것처럼 차별당하는 장벽을 허물어 버리신 것이다. 또한 유다인과 사마리아 사람들 사이의 장벽, 이방인과 유다인의 장벽 그리고 노예와 자유 인 간의 장벽도 허무신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들을 어떤 틀 속에 나누는 울타리를 간파하신 유일한 스승이신 분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예수님은 어떤 장벽이 아니라 하나의 가교인 것이다.

본래 인간은 벽을 쌓는 습성이 있다. 우리는 방어적으로 살고 있다. 낯 모르는 사람을 두려워하며 방어 벽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를 받았으면, 모든 면에서 그분의 모본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유태인이건 아니건, 로마인이 건 아니건, 아시아인이건 아니건, 특별히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그분을 섬기는데 장애가 되는 특별한 점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똑같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앙을 지닐 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서 심판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도 바울로와 실라가 필립비 감옥에 갇혔을 때 간수가 말하기를 “두 분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겠습니까?"하고 묻자, “주 예수를 믿으시오. 그러면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주 예수를 믿으시오” 바로 이 말이 구원의 열쇠이다.

세례 증명서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교회에 꼬박꼬박 내는 헌금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가끔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오직 온 생명을 주 예수 그리스도께 걸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봉사자로서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마르코 복음을 보면, "너희도 알다시피 이방인들의 통치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또 높은 사람들은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사이에서 누구든지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르코 10,42~45)라고 하셨다.

정교인이 되려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