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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당신은 하느님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하느님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어떤 사람들은 '내 이성으로는 그리스도교의 이런 가르침을 이해할 수 없어'라며 무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한정된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즉, 어느 누가 자신의 머리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께서는 다섯 개의 감각이 아닌, 순 이론적인 이성이 아닌,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성적인 증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그들 안에 모시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하시고 계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느님을 우리 안에 모시고 있을 때 정신도 밝게 되어 하느님의 신비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믿음을 잘 가꾸어 나간다면 그때 표현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를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를 알게 되는 지식은 창조주에 대한 인간의 신뢰에 대한 하느님의 선물로 상으로 수여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믿음의 인도로 올바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때 그의 사고력의 범위는 줄어들 것이고 모든 것을 이성과 다섯 가지의 감각에만 토대로 하여 결국에는 하느님을 배신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철학적 소양과 훌륭한 정신적 재능의 4세기 교회의 위대한 성인이신 아브구스티노스는 처음 그리스도교를 접했을 때 ‘하느님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하루는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며 바닷가를 걷고 있다가 모래사장에 있는 한 어린 소년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소년은 모래로 우물을 만들고 작은 바가지로 바닷물을 그 작은 우물에 붓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브구스티노스 성인이 물었습니다.

―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 "바닷물을 여기 우물에다 채우려고 합니다."라고 소년은 대답했습니다.

성인은 어린 소년의 순진한 마음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습니다.

― "바닷물로 너의 그 작은 우물이 채워지는 게 가능하겠니?"

― "그럼 당신의 머리에 하느님이 채워지는 것은 가능하겠습니까?"라고 대답을 하고 그 소년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주님께서 보낸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천사는 우리의 한계가 있는 머리로 하느님의 신비를 이해하려고 찾지 말아야 한다고 위대한 철학자인 성인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성과 다섯 가지의 감각이 아닌 오직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사랑으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