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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성령이 오셔서 우리 안에 머무셨다

 

성령이 오셔서 우리 안에 머무셨다

(소프로니오스 자하로프 대신부)

 


성령은 우리가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오신다. 성령은 서두르지 않으신다. 성령은 너무도 조심스럽게 다가오시기 때문에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하기도 한다. 성령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우리는 복음의 불빛 아래서 우리 자신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영혼 속으로 성령이 들어오시는 것을 방해하는 어떤 존재가 우리 안에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실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존중하시며 결코 강권하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 우리 앞에서 얼마나 겸손해지시는지를 알게 되면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오만한 태도가 아니라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으신다. 우리가 하느님에게 마음을 열면 우리 안에 하느님이 참으로 우리 아버지라는 확신이 넘치게 된다. 그러면 우리 영혼은 사랑으로 하느님을 공경하게 된다.

 

생명을 주는 믿음이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리스도를 하느님으로 무조건 믿는 믿음이다. 그리스도를 완전한 하느님이자 완전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때에만 사도들과 교부들이 말한 대로 완전한 영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제 그리스도가 모퉁이 돌이 되시며, 우리는 그 돌 위에 우리의 모든 삶을, 일시적인 삶과 영원한 삶을 쌓아 나간다. 그런 믿음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의 속성이 그 선물이 얼마나 값진 것임을 또 그 선물이 하늘에서 온 것임을 보여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오던 전통에 따라 평화롭게 생활하던 옛날에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굳건하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온 세상에 사기가 판을 치고, 사람들은 온통 절망에 빠져 있으며, 폭력이 인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지금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높여 그리스도의 말씀을 외쳐야만 한다. 점잖은 말 몇 마디로는 현재의 위험을 헤쳐나갈 수 없다. 지금은 우리 도구가 그리스도의 영원한 승리를 굳건히 믿음으로써 우리 또한 영적으로 승리자가 되는 일이 참으로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