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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생명의 나라

 

생명의 나라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모 안식 축일의 시낙사리온에는 감동적인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50세쯤 된 동정녀 성모 마리아께서는, 3일 후에 하늘나라로 간다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받은 후에 친척들과 이웃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이 사실을 알리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예상치도 못했던 일로 인해서, 슬퍼하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동정 마리아께서는 그들을 위로하셨고, 그들뿐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을 보호하고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 약속은 실제로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성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 중보해 주셔서,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는 성모님의 약속이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진실한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하느님 다음으로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파 슬퍼하는 이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이들에게 큰 위로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고통을 당하는 것을 직접 보셨고, 그래서 어떤 어머니보다 더욱더 많은 고통을 받으셨기 때문에, 너무 일찍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 그리고 부모, 배우자, 친척,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너무도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동정녀 마리아가 특별히 하느님의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동정녀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죽음은 그를 지배할 수 없을 것이며, 결국에는 아들이 승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삽니다. 그리고 육체와 분리된 후에도 영혼은 살아 있을 때와 같이 계속해서 살고 있다고 느끼며, 영혼은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자각합니다. 영혼은 추억을 간직합니다. 영혼은 육신과 연합하여 세상에 태어났고, 세례성사를 받았고 거룩하게 되었으며, 영혼은 그리스도와 주님의 거룩한 교회와 연합되었습니다. 그리고 육체와 연합해서 세상에 사는 영혼은 지상에 있는 '투쟁의 교회'에 속해 살아갑니다. 그러나 영혼은 이 세상의 삶이 끝나면, 일시적으로 육신과 분리된 후 천상의 '승리의 교회'로 옮겨집니다. 이 땅에서 우리는 영적으로 투쟁하고, 상처도 입고, 병에도 걸리고, 수없이 많은 슬픔을 겪으며 고통받습니다. 그러나 천상의 ‘승리의 교회’는 믿음과 회개로 살아온 사람들이 지상에서의 투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승리의 상을 누리는 곳이 됩니다.

따라서 성 사도 바울로의 말씀처럼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로마서 14:8)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해서 너무나 큰 슬픔에 빠져있다면, 다음의 말씀으로 용기를 받으십시오. 그렇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안식하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해서 더 이상 그분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생각하십시오. ‘투쟁의 교회’와 ‘승리의 교회’에 있는 그리스도인들 간에서 소통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하나로 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들 모두 서로 연합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승리의 교회’ 안에 있는 성인들과 함께 우리가 소통하는 경험으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성인들께 도와 달라고 요청합니다. 성인들은 우리의 말을 듣고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중보해 주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적이 일어나고 우리는 "성인께서 기적을 일으켜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성인들께서 우리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께서 중보 하시는 것에 대해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인들의 영혼은 우리가 성인들에게 간구하는 것을 듣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 하느님의 은사로 그들의 영혼은 기뻐합니다.

 

특히 우리는 성찬예배 중에서,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습니다. 거룩한 예비 제단에서 사제는 프로스코미디를 하면서 성체 빵에서 우선 동정녀 마리아를, 그리고 성인들을, 그리고 신자들이 종이에 적어준 이름을 포함해서 모든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이름 각각에 해당하는 조각을 떼어냅니다. 이렇게 해서 성반 위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 주변에는 세상에 살거나 하늘나라에 사는 모든 신자들이 있게 되어, 성반 위에서 하나인, 그리스도의 완벽한 교회가 이루어집니다. 빵과 포도주를 축성한 후에 예배 집전자는 그리스도의 몸과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조각을 모두 성작 안에 넣고 섞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우리 교회가 확신하는 바와 같이, 우리와 그들 모두는 기뻐하게 되고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세상에서 기도하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를 통해 하늘에 계신 영혼들과 우리 사이에서 유대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엄청난 것입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오늘은 이 주제에 관해 교부들께서 하신 몇 마디의 말씀만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 영혼은 육체로부터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각자는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 교우 여러분, 죽은 사람들에 관해서 여러분이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슬퍼해서는 안 됩니다.(고린토 전 4,13)

- 하느님께서 당신 가까이로 우리들을 부르실 때, 각자에게 가장 적절한 시기에 하시는 데 이것은 우리 영혼에 유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영혼과 육체의 분리는 끝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시작입니다.

-  어느 날 우리는 모두 천국에서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영혼이 썩지 않는 육체와 결합된 후에 우리 모두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 속에서 영원히 함께 살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