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테오도로스 대순교자(2월 17일)
그리스도를 믿는 로마의 군인
성인은 소아시아의 폰투스에 있는 아마시아(Amasia) 출신으로서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대박해(303년경)가 있던 무렵에 로마의 군인(군단병[軍團兵], legionary)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리스도인이었던 성인은 겁쟁이여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순교에 대한 표지(標識, sign)를 받지 않은 까닭으로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비밀스레 간직하고 있었다.
한 번은 자신이 속한 대대가 한 마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성인은 마을 사람들이 숲에 숨어있는 무서운 용(龍)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성인은 이제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순교의 영예를 안겨주실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였다. 십자가 표지로 무장한 채 숲으로 들어간 성인은 괴물이 머물고 있는 굴을 찾아냈고, 불을 토해내는 괴물의 머리를 창으로 찔러 단번에 죽였다.
영적인 용과의 대결
그런 다음 이제는 영적인 용, 곧 악마를 쳐부술 수 있다고 확신한 성인은 진지(陣地)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라는 대대 지휘관의 명령을 거부한 채, 자신은 그리스도인이며 오직 그리스도 한 분께만 예배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또한 함께 있는 다른 그리스도인 군인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아 주며 그리스도의 군인답게 굳굳하라고 격려하였다.
그날 밤 이교도들의 신전에 들어간 성인은 그 신상들을 부숴 모두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 즉시 신전지기에게 붙잡힌 성인은 그 지역 통치자 앞으로 끌려갔다. 자신의 물음에 대해 성인께서 차분하게 대답하고, 고문의 위협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맞서자 통치자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화를 내더니 성인을 어두운 지하감옥에 가두었다. 그날 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인에게 나타나셔서 당신의 은총이 곧 성인의 양식이 될 것임을 약속하셨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보호자
다시 끌려 나온 성인에게 통치자는, 이교도 신을 섬기면 높은 직위의 사제직을 주겠노라고 하며 달콤한 말로 꾀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성인이 웃음으로 거절하면서 그리스도를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음을 천명하자, 통치자는 성인을 거꾸로 매단 채 쇠갈고리로 성인의 몸을 찢으며 고문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성인의 결심이 요지부동임과 이것이 도리어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용기를 고양시키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한 통치자는 성인을 화형에 처하라고 명령하였다. 화형대 위에서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에도 하느님께 열렬히 기도를 드리던 성인은 마침내 그 영혼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안식하였다.
361년 배교자 율리아누스 황제가 교활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우상숭배를 실현시키고자 꾀했을 때, 성인께서는 환상 중에 나타나서 그 위험을 피할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