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 2023년 1월 1일)
성령과 동정녀 마리아에 의해 그리스도가 탄생하신 오늘 이 기쁜 축일에, 육화하신 아들이자 하느님의 말씀의 은총과 축복으로, 새로운 사제 한 명이 한국 교회에 성령에 의해 태어납니다. 항상 병든 자를 치료하시고 부족한 자를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이제 곧 경건한 요한 보제를 사제의 반열에 올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서품성사가 거행될 때 우리는 오순절의 기적과 같은 아주 위대하고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성령의 은총이 내리도록 기도를 드리는 순간, 위로자 성령께서 서품받는 자에게 내려오셔서, 그가 하느님의 성사를 집전하는 자가 되도록 하시기 때문입니다. 데살로니키의 시메온 성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성령이 불의 혀 모양으로 전달되었듯이, 서품받는 자는 주교의 안수로 서품을 받습니다.”(데살로니키의 성 시메온, 성유 축성 의식에 관하여, 70, PG 155:240A) 이것은 성 사도 바울로가 제자인 디모테오에게도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안수했을 때 받은 성령의 은총이 당신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디모테오 후 1:6, 참조: 아토스 성산의 성 니코디모스, 해설, 3, 291)
또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는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이것이 바로 서품입니다. 주교의 손이 서품받는 자의 머리 위에 놓여지면, 하느님께서 모든 일을 행하시는 것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사도행전에 관하여 14, 3, PG 60:116) 주교의 손이 놓이는 것은 성령의 강림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줍니다. 서품받는 자는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습니다. 하느님의 옥좌가 눈으로 드러나는 곳은 희생 제단, 즉 ‘거룩한 제단’입니다. 마치 하느님의 손처럼 주교의 손이 서품받는 자 위에 놓입니다. 그 순간부터, 서품받는 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데살로니키의 성 시메온, 거룩한 서품성사에 대하여, 250장, 207장, PG 155:413D, 417D)
영적 순결함으로 사제직에 다가가는 자들은 성령께서 “그들을 비추시고, 친교를 통해 그들을 성령으로 충만케 하십니다. 맑고 투명한 몸에 한 줄기 빛이 내리면 몸 전체가 환해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 또 다른 빛을 발산하듯이, 성령을 품은 영혼도 그러합니다. 즉, 성령의 깨우침을 받으면 스스로 성령으로 충만해지고, 다른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성 대 바실리오스, 성령에 대하여, 9, 23, PG 32:109BC)
친애하는 요한 보제여, 오늘 그대는 성직의 두 번째 직분인 사제직을 받기 위해, 주님 안의 두 형제 사제들에 의해 지성소의 문 앞으로 인도되었습니다. 이것은 사제직이 두 가지 직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하느님에 대한 사역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역입니다. 그대의 사역은 하느님을 위한 것이며,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하느님과 하느님의 자녀들에 대한 큰 사랑으로 임하십시오. 하느님의 집전자로서, 그대가 과연 누구의 사역자이며 누구를 섬기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십시오. 동시에 다음의 사항을 꼭 잊지 말고 기억하십시오. 특히 그대가 어렵고 힘든 순간에 놓일 때 잊지 마십시오. 사람들을 구원하는 거룩한 사역을 하느님께서 친히 오늘부터 그대에게도 맡기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해 희생당하시고 거룩한 피를 흘리셨습니다. 이 사항을 꼭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한국 교회의 모든 성직자들과 신자들의 기도가, 특히 그대의 경건한 어머니와 가족들의 기도가 그대의 이중 사역에 함께 할 것입니다. 또 영원히 기억되실 故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그대의 부친 故 시메온 교우, 그분들과 함께 하늘나라에 있는 모든 정교회 친척들의 기도가 그대와 함께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요한 보제여, 우리는 그대가 지난 9년간(2013-2022) 한국정교회 대교구의 보제로서 교회의 다양한 자리에서 믿음과 겸손과 헌신과 사랑으로 봉직한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그 고마운 마음을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대가 앞으로, 오늘 교회가 그대에게 맡기는, 울산 성 디오니시오스 성당의 사목자라는 더욱 책임있는 자리에서,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더 많은 일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故 바울로 권언건 신부님의 업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사제로서의 그대의 사명은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과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한 이중 사역임을 기억하십시오. 즉, 먼저는, 그대가 사목을 맡은 신자들에게 영적인 양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살피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정교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많은 울산 시민들에게 정교회 신앙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진리를 찾고 있고, 참 하느님을 믿고 싶어 합니다. 그러하니, “두려워 마십시오. 주님이 그대와 함께 계실 테니 잠자코 있지 말고 전도를 계속 하십시오. 그 도시에는 주님의 백성이 많이 있습니다.”(사도행전 18:9-10 참조)
그대에게 항상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고, 그대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하느님을 거룩하게 섬기도록 하느님께서 그대를 합당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멘